우리는 매체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해 많은 뉴스를 접하고 있음. 특히 J-20으로 대표되는 5세대 스텔스기를 필두로 4세대 이상의 전술기들로 전력구조를 현대화시키는데 성공한 공군, 그리고 항공모함으로 대변되는 해군의 증강은 정말 놀라울 정도지.
중국군의 현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중국 해군 총 함선 수의 추이임. 2000년대 100척에서 머물던 중국 전투함(PLAN Battle Force)가 10년만에 2배 이상 증강됐고, 또 그 다음 10년만에 함선 수가 대폭 증가해 20년만에 3.5배가 증강된걸 볼 수 있음. 그럼 이 배들이 다 성능이 떨어지는 값싼 배들을 스팸식으로 찍어내서 부풀린 숫자냐 하면 그것도 아님.
2017년에 처음 진수된 중국 해군 최대의 수상전투함, 12,000톤에 달하는 만재배수량을 자랑하고 이지스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4면 고정식 AESA 레이더까지 채용한 렌하이급은 단 3년만에 8척이 진수되는 기염을 토했음. 짱깨 해군은 렌하이급부터 다수의 방공구축함들부터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대규모의 건함을 진행하고 있는데다가…
2021년에는 만재배수량이 4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되는 075형 강습상륙함 2척, 아까 말한 렌하이급, 그러니까 055형 구축함 3척, 052D형 구축함 7척 등 22척의 전투함 및 잠수함을 취역시켰고, 이들의 배수량을 모두 합치면 17만톤에 달할 정도임. 비교를 위해 말하자면 2019년 기준 한국 해군의 총톤수가 19만 2천톤이라고 하니 사실상 한국 해군전체를 1년만에 통째로 전력화시킨 셈이지.
근데 이상한 생각 하나 들지 않음? 이렇게 해공군에 힘을 쏟는 중국이 어째서 핵무기를 대폭 증강시켰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걸까?
실제로 중국은 급격하게 핵 능력을 증강시킬 것이라는 미국의 예상에 항상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의 핵전력 증강을 보여왔음. 바꿔말하면 자국의 역량을 핵증강에 쓰지 않고 있다는 소리지. 그렇다면 어째서 중국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전력을 증강시키지 않은걸까?
첫번째 이유: 중국의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핵전략
흔히 양탄일성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핵-로켓 개발 이후 중국은 줄곧 자신들은 핵 선제 공격을 절대 감행하지 않고 방어적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고 밝혔음. 이런 판단을 내린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 짚어볼 점이 없는건 아닌데…
먼저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에 놓여있음. 설사 중국이 미국의 예상한 수준의 전폭적인 핵 증강을 했다하더라도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게 사실임. 게다가 이건 냉전이 끝나고 줄이고 줄인 규모의 핵탄두 수고, 사실 중국이 그때 맞닥뜨려야 했던 실제 핵탄두 수를 비교하자면 대충 아래처럼 되겠지.
(대충 중국의 위치는 첫번째 칸도 못 올라오는 수준 정도?)
덕분에 중국은 미국과 소련처럼 상대의 핵사일로를 타격해서 핵전쟁에 “승리”한다는 개념은 실행조차 불가능한 꿈에 가까웠음.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아 우리가 ICBM 1격으로 쟤네 핵사일로 날리고 쟤네 잠수함에서 나올 2격은 우리 잠수함으로 추적해서 죄다 격침시켜버리면 핵전쟁 아무튼 이길 수 있다고ㅋㅋㅋ를 이론적으로라도 실현 가능했지만 중국은 그게 가능할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역량도, 유지할 역량도, 게다가 치명적으로 잠수함에서 모스크바와 뉴욕을 때릴 능력조차 없었으니까. 이건 나중에 후술함.
(서쪽에 보이는 시장-티베트 미사일 구역, 신장-위구르 미사일 구역에 주목)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탐지하기도, 추적하기도, 타격하기도 어려운 티베트와 위구르에 ICBM 기지를 설치하고, 자국이 핵공격을 맞으면 여기서 ICBM을 쏴서 보복만 하겠다는 방어적인 핵전략을 도입하게 된거임. 어떤 의미에서는 중국이 티벳과 위구르에 집착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지. 어쨌든 중국은 이렇게 “핵 선제불사용 원칙(NFU)”과 “최소억제(Minimum Deterrence)를 주요 골자로 하는 핵 전략을 유지해왔음. 이렇게 중국이 핵전략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건 바로…
두번째 이유: 전략원잠을 사용할 수 없는 전략적 환경
본론에 앞서, 전략원잠은 핵을 가진 모든 국가들이 가지려고 시도하고 또 가장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하는 전략무기임. 왜 그러냐? 지상에 배치된 핵 사일로, TEL, 열차들은 근본적으로 적성세력의 추적과 타격의 위험에 시달리는 반면, 전략원잠은 이런 추적-타격에 있어서 훨씬 더 안전하고, 따라서 지상에 핵이 떨어지면 보복을 담당하는, 즉 핵전쟁 억제의 중심이 되는 전력이기 때문. 따라서 이런 전략원잠들은 핵잠수함과 수상함, 항공기 등으로 요새화 된 동시에 적을 때릴 수 있는 위치에 전략 초계를 나가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보복명령만을 기다림.
이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러시아 전략원잠의 전략초계 구역임. 극단적으로 안전한 구역일게 안봐도 뻔히 보이지? 물론 미국이나 영국같은 국가는 요새화 된 구역 몰래 문 따고 들어가서 음문 청취(그래야 핵전쟁이 나면 아 얘가 핵미사일을 쏠 친구구나!를 알테니까)와 추적을 하곤 했지만 이건 걔네들이 어나더 레벨인거니 패스…ㅋㅋ
어쨌든 이런 전략초계구역의 조건을 생각한다면 아마 머릿속에 한가지 지형이 떠오를거임. 중국이 출입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고, 아무도 군사적으로 접근할 수 없을만한 구역.
바로 발해만이지. 엥? 그럼 발해만에서 전략원잠 운용하면 되겠네? 왜 중국이 그동안 어려웠다는 거임? 할텐데 그 원인은 여기에 있음.
중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나타낸 표임. 여기서 JL-2의 타격범위 보임? 시애틀 일대만 겨우 사거리에 들어가는게 보일거임. JL-2가 2015년에 와서야 전력화된 물건임을 고려하면 중국은 2015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잠수함으로 보하이만에서 미 서부를 때릴 능력을 확충했다고도 볼 수 있지. 그럼 그 전까지는 어떻게 때려야 했냐고?
1970년대, 중국 JL-1과 유사한 3000km 사거리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소련 잠수함들의 전략초계구역임. 미국을 때리면 어디까지 가야할지 감이 잡히지? 1970년대에 소련이 이걸 목숨걸고 했는데 중국은 이걸 2015년까지 해야했다는거. 이러니 중국이 그동안 전략원잠 전력을 방치하다시피 해온거임. 왜? 어차피 만들어봐야 쏠 수도 없을테니까.
이미 중국은 수차례 핵잠수함이 미국과 일본의 대잠망을 뚫을 수 있을지 꾸준히 테스트를 해왔음. 왜? 그래야 전략원잠도 핵을 쏘러 돌파를 할 수 있을거니까. 하지만 결과는 꽤 처참했지. 게다가 보하이만에서의 전략원잠 운용에도 찬물을 끼얹을 사건이 하나 터지는데,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거임.
물론 한반도 전구에 배치된 싸드는 실질적으로야 한반도전구 방어가 목적이지만, 이 싸드가 가져오는 부수적인 효과는 중국이 무시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음. 왜냐?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거임.
싸드의 배치 위치에 따라서, 보하이만에서 발사되는 중국의 SLBM이 조기 탐지되어 요격의 기회를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거임. 지금이야 상주에 배치되어 있으니 SLBM이 미탐지될 조금의 루트야 남아있겠지만, 미국이 그걸 틀어막는다면?
(이미 촘촘하게 배치된 미국의 태평양 방면 미사일방어체계)
싸드가 수도권으로 전진배치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 있고, 또 장거리 레이더체계가 한국에 도입 혹은 배치가 안된다는 보장도 또 어디 있지? 게다가 한국이 운용하는 레이더 정보는 미국에게 실시간으로 자동으로 통보된다는 걸 생각하면 보하이만에서 전략원잠을 운용할 이유가 더는 없어진거나 마찬가지지.
그래서 중국은 전략원잠의 운용 장소를 완전히 바꿨음. 탐지와 요격이 쉬운 발해만도, 중국이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동중국해도 아닌, 제3의 장소로.
중국은 하이난 섬, 싼야라는 곳에 핵잠수함 기지를 건설했음. 왜? 이 구역은 만만하거든. 옆 동네 국가는 잠수함 추적은 커녕 잠수함조차 가졌는지도 잘 모르겠는 국가들 투성이에 미군 전력도 마땅히 없는 이 남중국해에서 전략원잠의 전략초계를 시작하겠다는거지.
그래서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로 대변되는 남중국해 일대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전략원잠을 운용하기 시작했음. 이러한 시도에 발 맞춰서 드디어 2018년, 10000km의 사거리를 보유한 최신예 SLBM, JL-3가 개발되었고.
이제 남중국해에서 뉴욕을 타격할 수 있게 된 최근에 이르러서야 중국은 전략원잠을 공격적으로 증강시키기 시작했음. 당장 미국이 예측한 중국 전략원잠의 숫자를 보자고.
중국의 전략원잠 전력은 이미 2020년에 미국이 예측한 수준을 뛰어넘었고, (이미 094형만 7번함까지 취역한 상태) 전력외인 92형까지 포함하면 이미 2030년에 달성할 것으로 예측한 전력 규모를 중국 해군은 달성한지 오래임. 전략원잠의 세대교체를 고려하더라도, 2030년에는 아마 8척 이상의 전략원잠을 운용할 것이 확실해보임.
그럼 이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음. 중국이 이렇게 전략원잠을 늘리는 걸 보면 중국이 핵전략을 바꾼거 아니냐? 그래서 이렇게 전력 증강을 시작한건 아니냐? 그 답은 일단 아직까지는 NO임.
중국의 핵전략은 변화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사실 중국의 최소억제전략과 NFU 정책에 가장 잘 들어맞는 플랫폼은 전략원잠임. 선제사용을 하기에는 즉응성이 너무 떨어지는 데다가(괜히 잠수함 영화들보면 연락 하나 하려고 부상에 잠항까지 별 짓을 다하는게 아님) 애초에 목적 자체가 핵보복을 위해 태어난 플랫폼이니까. 어떻게 보면 중국은 원래 잠수함만으로 유지되어야 했던 핵전력(마치 영국과 프랑스처럼)이 불리한 전략적 환경 때문에 강제적으로 ICBM 위주의 핵전력을 유지하다가 이제야 본래 전략 의도에 맞게 개편하는거에 가깝지. 따라서 이런 중국의 전략원잠 세력의 증강만으로는 중국이 핵전략을 바꿨다고 말할 수 없음.
또다른 변수: 중국의 전략 변화?
그러나 최근 중국 내부에서 핵전력 증강과 핵전략 변경이 논의되는 것도 사실임. 뭐 물론 이번에도 미국의 예측을 깨고 소극적인 핵 증강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이제는 중국이 미국에게 선제 핵공격을 당해도 보복할 능력을 갖췄으니 이제 선제타격도 중국에게 가능한 옵션으로 들어갔다고 해석하면 됨.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최소 억제전략은 과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던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핵 전략 중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전략정도로 중국의 능력이 발전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3줄 요약
1. 과거에는 먼저 때릴 수도, 안정적으로 보복할 수도 없어서 보복 위주로 핵 전략을 유지
2. 그러나 중국의 역량이 발전하면서 안정적인 보복능력을 최근에 확보하는데 성공
3. 이제는 중국이 핵전략을 소극적으로 유지해야만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