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무간도를
홍콩 느와르를 부활시킨 명작이라고 하지만
현지 홍콩에서 명작 느와르 취급하는 영화는 따로 있음
바로 ‘흑사회’
흑사회 (黑社會)는 말 그대로 ‘검은 사회’
유흥, 도박, 마약, 총기, 살인 청부 등
어둠의 일들을 자행하는 중국 마피아 ‘삼합회’를 은유하는 단어
삼합회는 영어로 ‘트라이어드(Triad)’라고도
불리는 중국 최대 폭력조직으로
중국 대만 홍콩은
물론 세계 곳곳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모두 다 침투해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조직원 수가 많은 세계적인 마피아 조직
홍콩에만
삼합회 조직원이
30만명이라고 함
삼합회의 유래는
청나라 말기 명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반청복명’ 운동을 하던 주요 3조직
청방, 홍문, 천지회를 합쳐 부르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함
청나라 정부의 눈을 피해 지하에서 조직을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절도, 갈취, 매춘, 도박 등으로 수익을 낼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폭력조직화 되었다고 함
중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쑨원도 넓은 의미의 삼합회 조직원이었고
중화민국(대만)을 세운 장제스도 삼합회와 깊은 유착관계였음
삼합회는 홍콩 연예 영화계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느와르 영화를 제작하도록
수많은 감독들과 배우들을 압박했었음
당장 이 영화의 주연인
임달화도 삼합회의 강압으로
1년 동안 허접한 3류 에로물 등
20편에 가까운 영화를 강제로 찍었었고
주성치는 삼합회에 너무 시달려서
몰래 캐나다 이민을 추진한 적이 있음
이것도 삼합회의 훼방으로 결국 실패
흔히 홍콩 느와르 명작이라 불리는
‘영웅본색’도
따지고 보면 이런 삼합회의 이미지 세탁용으로 제작된 케이스
무간도 조차
가만히 영화를 보면
삼합회가 경찰보다 더 의리 있는 조직이라는 뉘앙스를 은근슬쩍 풍기고 있음
즉, 홍콩 느와르는
이런 삼합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최대 한계였음
하지만
‘흑사회’는 다름
흑사회는 삼합회에 대한 미화가 1도 없이
이 놈들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하고 상종 못 할 쓰레기들인지
제대로 묘사하고 보여줌
그런 면에서 흑사회는
홍콩 느와르의 진보를 보여주며
나아가 홍콩과 중국의 관계
중국 공안과 홍콩 경찰 그리고 삼합회 조직 간의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제대로 보여주며
현 세대 중국 사회의 치부를 제대로 건드리는
문제작이기도 함
이 양반이
흑사회의 감독인
두기봉 감독
한창 서극, 오우삼, 왕가위 등이 설칠 때
홍콩 영화계에서 2류 취급 받던 감독이지만
지금은 저들을 모두 누르고 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이 되었음
두기봉이 만든 영화는 대부분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되며
흑사회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었음
이 양반이 참 대단 한 게
직업도 영화감독 취미도 영화 촬영이라
영화 촬영이 없을 때 취미로 또 다른 영화를 찍는 사람임
예전에 두기봉이 찍은 영화 중
유명한 영화는
유덕화 주연의 ‘천장지구’, ‘지존무상’
주성치 주연의 ‘심사관’
양자경 주연의 ‘동방삼협’ 등이 있음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해 화제가 된
마약 소재 영화 ‘독전’의 원작 감독이기도 함
두기봉이 삼합회의 눈치를 안보고
흑사회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두기봉이 아예 본인만의 영화사를 차려서 제작도 겸하기 때문
배우들도
일병 두기봉 사단이라고 해서
따로 매니지먼트사를 안 통해도 출연을 해주는 고정 배우들이 많음
임달화, 장가휘, 고천락, 황추생 (무간도 황국장 역), 오진우 (무간도2 예영효 역) 등…
홍콩의 주요 영화 제작사들과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은
대부분 삼합회와 연관이 되어 있음
이제부터
영화에 대한 소개
흑사회는 총 2편임
흑사회 1
흑사회 2 이화위귀
흑사회 시리즈는
극 중 여성들의 비중이 극도로 적고
어설픈 로맨스나 이런 게 1도 없이
차갑고 비정하게 진행되는 게 특징
흑사회 1
홍콩에 실존하는 삼합회 조직인
‘워싱워’를 모티브로 한
‘워렌싱’이 주요 배경
워싱워는 조직원 수만 5만명에 달하는
대형 삼합회 조직으로
실제로 두목을 2년마다 선거로 뽑고
선거에 승리한 조직원에게
용두라고 불리는 용 무늬 조각물을 줌
영화 속 워렌싱도 같은 방식을 취하는데
현 조직 두목의 2년 임기가 끝나자
두 명의 차기 유력 두목 후보
록 (임달화)
– 평소 삼합회 티를 안내고 이웃에게 친절하고
집에서는 다정한 아빠이자
검소하고 인망이 높은 인물
따이디 (양가휘)
– 조직의 주요 사업인 마약을 독점하고 있는
자본력 1위의 다혈질
이렇게 두 거물이 서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모략과 음모를 꾸미는
이전투구 양상을 묘사하는 게 흑사회1편
여기서
홍콩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동시에 삼합회 하위급 조직원인
지미 (고천락) 라는 인물이
1편에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이 양반은 흑사회 2에서 엄청난 존재로 급부상함
삼합회가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 놈들인지
제대로 묘사하는 장면들이 일품
홍콩 경찰은 살짝 배경으로만 등장하는데
무간도처럼 후까시 잡는게 아니라
잔짜 현실적인 경찰의 모습을 보여줌
수만명에 달하는 삼합회 조직원들을
일일이 잡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거물들만 건드리면서
홍콩 치안에만 영향을 안주면 크게 터치를 안하는
관조적인 자세가 엄청 사실적임
중국 공안도 잠깐 등장하는데
이것도 2편에서의 주요 복선이 됨
개인 평점 ★★★★☆
흑사회 2 이화위귀
흑사회 1에서
따이디 (양가휘) 를 누르고
조직 보스가 된 록 (임달화)
록이 2년 간의 임기를 끝내고
또 다시 2년 간 보스를 연임하려는 음모를 꾸미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룸
여기서
1편에서는 조연이었던
명문대 출신 엘리트 건달 지미 (고천락)
본래 사업가를 꿈꾸며 삼합회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단순히 어둠의 세력에 보호를 받고자
삼합회에 입단했던 지미가
1편에서
록의 회장 당선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록의 심복이 되며 삼합회 내 서열이 급격히 올라가고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
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던 지미가
갑자기 록에게 도전장을 내고
새로운 조직 보스 후보로 등장하며
영화가 진행됨
이 과정에서
중국 공안이 등장하고
중국와 홍콩 사이의 묘한 역사적 긴장감까지 녹여냄
특히
지미가 록을 압박하기위해
록의 심복들을 납치
이들 중 한명을 본보기로 제대로
사지를 끔살시키는 부분이 엄청 충격적임
갠적으로는
홍콩 최대 삼합회의 보스인 록 조차도
아들이 학교에서 당하는 학교 폭력 앞에서는
무력한 한 사람의 아버지일 뿐이라는 걸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음
준나게
개 잘 만든
명작
개인 평점 ★★★★★
보통
영화 ‘신세계’를
무간도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직에 잠입한 경찰 스파이라는
소재를 제외하면
사실 무간도보다 흑사회의 영향을 더 받았다고 봄
골드문이라는 큰 조직 내에서
두목 회장이 죽고
공석이 된 두목 자리를 두고 대립하는
정청과 이중구의 양대 세력
그리고 원로 이사들과 부회장 세력의 보이지 않는 음모와 암투
이를 은밀히 뒤에서 조율하는 경찰
흑사회에서의 회장 선거를
신세계의 이사회 회의로 대입 시켜보면
확실히 유사한 부분이 많음
영화 흑사회를 보면
신세계가 양반으로 보일만큼
중국 삼합회가 얼마나 막장 조직인지 알 수 있음
마지막으로
흑사회 3편을
유덕화 주연으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더 진행된다는 얘기는 안 들리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