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가 특정 화폐를 국만들이 쓰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러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균형제정론은 틀렸다’의 저자 랜덜 레이는 세금을 국가 화폐로 납무하도록 의무화하면 ‘오케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화폐를 발행한 만큼, 금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건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국가 화폐로 납부하게만 하면 해당 화폐는 널리 유통될 수 있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어떤 통화가 널리 유통되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지불 종류는 의무적인 지불이다. 감옥에 가거나 갈증으로 수돗물이 없어서 죽지 않으려면 반드시 행해야 하는 종류의 지불 말이다. 그러한 의무적인 지불을 행할때 그 주권체가 발행한 통화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만든다면 그 통화에 대한 수요가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다. 설령 주권자에게 개인적으로 아무런 조세도 낼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분명코 조세 채무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그 통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 또한 그 통화를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정부의 통화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도록 보장하는데 필요한 것은 귀금속의 준비금도 아니요, 법화 관련 법률도 아니다. 오직 필요한 것은 정부 통화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 뿐이다. 비밀의 흑막 뒤에 있었던 것은 바로 세금 납부의 의무였던 것이다.
정부는 먼저 계산화폐를 창출하며 그러한 일국적 계산화폐로 가치를 매겨서 세금을 부과한다. 현대의 모든 국민 국가에서 이러한 조치 만으로도 그 계산화폐로 가지가지의 부채, 자산, 가격이 가치가 매겨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정부는 세금의 가치를 매긴 바로 그 계산화폐로 가치를 매겨 통화를 발행할 수가 있다. 그 통화를 세금 지불에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귀금속으로 그 통화를 뒷받침할 필요도 없으며, 국가 통화를 받아들이라고 명령하는 법화 관련 법률들을 법령화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이 은행권은 공적 및 사적인 모든 부채에 유효한 법화이다라는 명제를 지폐에 새길 필요도 없다. 주권 정부는 그저 이 지폐를 세금 지불에 쓰면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약속하기만 하면 그 통화가 국내적으로 심지어 국외에서조차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보장할 수가 있다.
‘균형재정론을 틀렸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정부가 세금을 거둬들인 만큼만 통화를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뿌리에서부터 반박하는 책이다. 저자는 정부는 세금으로 거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통화를 발행해도 되며,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반복한다. 미국과 일본 정부 등이 추진한 양적 완화에 명분을 제공하는 듯한 뉘앙스로도 읽힌다.
그렇게 해서 통화가 받아들여지는 만큼은 어디까지인가? 그 주권체는 과연 자신이 부과한 조세 채무 총액 이상을 통화로 발행할 수 있을까?
일정한 양의 조세를 부과하고 강제하게 되면 최소한 세금을 내야 하는 이들 만큼은 국내 통화를 원하게 될 것이며, 그 양은 최소한 강제력으로 집행되는 조세 의무 만큼은 될 것이라는 점이 보장된다. 선진국에서는 국민들이 조세 지불에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국내 통화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정부가 민간 시장에서 무언가 구매하고 스스로가 발행한 통화를 지불하면 어떤 판매자도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인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것은 국내 통화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정상이다. 이 주권 정부들이 스스로의 통화를 발행하여 무언가를 살수 없는 사태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개발 도상국으로 가면 상황이 전혀 다를 수 있으며, 민간의 사적 거래들에서 각종 외국 통화가 더 선호될 수 있으며, 이렇게 해서 이뤄지는 지불에는 그 나라 주권체가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 국민들은 분명히 조세 납부에 필용한 만큼의 국내 통화라를 원하지만 그 조세 납부의 의무가 탈세와 세금 도피 등으로 제한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그 정부가 스스로 발행한 통화로 지불하여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이렇게 민간의 사적 지불에서 외국 통화가 사용되고 탈세 및 세금 도피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국민들도 그 정부가 발행한 통화를 그다지 많이 원하지 않게 될 수가 있다.
돈을 찍어내도 영원이 문제가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저자는 이자 지급이 불어나고 그에 따라 부채 비율도 계속 커질 만큼 적자가 계속될 경우 시스템 붕괴를 막는 반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인플레이션이다.
이는 세수를 늘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렇게 해서 세수사 정부 지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적자는 줄어들게 된다. 갤브레이스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아마도 마이너스 실질 금리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할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아지게 되면서 동학 관계가 역전되어 적자 비율이 감소하고 부채 비율의 증가도 멈추게 된다.
긴축도 반작용 중 하나다.
정부는 그 재정 정책의 태도를 조정하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모건의 경우에도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것과 동일하다. 물론 탱고를 추는데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세율을 높인다고 해도 이로 인해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실제로 부채 비율의 증가율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정부의 재정 적자에는 변화가 없을수도 있다. 세율을 올려서 적자가 줄어드는 것은 오로지 비정부 부문이 그 흑자를 줄이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민간 부문 또한 정부의 입장에 대응하면서 그 지출과 저축의 플로우를 조정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계속해서 소득보다 더 많이 지출한다면 민간 부문의 순자산이 불어날 것이며, 정부의 이자 지불또한 민간 부문의 소득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부채 비율이 무한대로까지 불어나는데도 이것이 민간 부문에서 아무런 지출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민간 자산이 무한대로 늘어나게 되면 민간 부문의 지출/소득 비율은 올라가게 되며, 이렇게 되면 세수가 늘어나게되면서 정부의 적자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민간 부문이 흑자를 줄이려고 한다면 정부 부분의 적자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 조세 수입과 민간 소비가 함께 증가하면서 정부의 적자는 떨어지고 민간 부분의 흑자도 감소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적자가 영원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우리의 정부 적자가 지속 가능하다고 말할때 그 의미는 단지 주권 정부가 원금과 이자 지불의 기한이 돌아올때마다 그 액수에 상관없이 그것을 갚을 수 있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정부는 그러한 지불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지불을 행하는 것으로도 성장률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재정 적자와 부채 비율의 변화율도 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