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익명성에 기반하고 있어, 범죄에 많이 쓰인다고 지적하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예 틀린 얘긴 아니지만 비트코인이 범죄에 많이 쓰인다는 말은 절반만 진실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비트코인은 익명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개된 거래 내역을 갖고 해당 주소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유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비트코인를 보유한 사람이 고객신원확인(KYC)를 하는 거래소와 연결될 경우 해당 비트코인을 누가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더욱 쉬워진다.
사이페딘 아모스 레바논 아메리칸 대학 경제학 교수가 쓴 책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범죄자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익명성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라면 비트코인 보다는 지캐시나 모네로 같은 프라이버시에 초점이 맞춰진 암호화폐를 주목하는 것이 낫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할때부터 아주 널리 퍼져 있던 오해 가운데 하나가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에게 훌륭한 화폐라는 인식이다. 한둘이 아닌 언론기사가 근거도 대지 않은채, 테러리스트나 폭력 조직원이 활동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을 보자면 비트코인 장부는 세계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데,다 내용을 바꿀 수도 없다. 비트코인이 가명으로 운영된다고 하면 몰라도 익명으로 운영된다고 하기는 부정확하다. 실제 신원과 비트코인 주소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을 가능성이 100%는 아니더라도 있기는 있으므로, 일단 실제 신원만 확인된다면 그 주소에서 들고 나간 모든 거래가 완전히 추적된다.
비트코인의 익명성은 인터넷의 익명성처럼 생각하면 적당하다. 즉 자신이 얼마나 잘 숨느냐,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 찾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에서 숨기는 웹에서 숨기보다 훨씬 어렵다. 컴퓨터, 이메일 주소, IP주소를 한번 쓰고 버리기는 쉽지만, 비트코인 주소 하나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주소는 사생활을 지키기에 본질부터 좋지 않다.
물론 비트코인이 범죄에 유용하게 쓰일때도 있다. 특히 도박이나 자본 통제 회폐처럼 피해자가 없는 범죄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있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종합하자면 피해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에게 비트코인을 쓰라고 추척하기는 어렵다. 익명성이 아니라 가명성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지 여러해가 지난 후에도 경찰, 피해자, 이들이 고용한 탐정 등 누가 되었든 범죄자의 신원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비트코인이 완전히 익명이라는 과장 광고에 낚인 온라인 마약상들이 신원을 들켜 체포당하는이유가 바로 결제가 추적되는 비트코인의 특징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장부가 영원히 남아 있으니 언제가 되었든 피해자가 조사할 가능성이 높아 범죄에는 특히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피해자 없는 범죄를 일으키는데는 유용할 수 있는데,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아무도 범죄자의 신원을 알아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무해한 행위가 실행되면 여러 가지 이유에 따라 발생한 개별 거래가 블록체인에 출현한다. 따라서 온라인 도박이나 자본 통제 회피 같이 희생자 없는 범죄에는 비트코인을 사용할수도 있지만 살인이나 테러라면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아마 마약 중독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만큼, 약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마약을 구입한 사람이 사법 당국에 들킨 수많은 사례가 그 증거다. 이 문제를 다룬 통계 자료는 매우 찾기 힘들이지만 비트코인으로 마약을 사는 편이 정부 화폐 현찰로 살때 보다훨씬 위험하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은 개인 자유를 증진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개인이 범죄를 저지르기가 편해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