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 미디어학과 교수인 라나 스워츠가 쓴 ‘디지털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는 결제와 지급이라는 것을 사회학적, 미디어적으로 해석하는 책이다.
평소 접하지 못한 앵글이 많은데, 사회학이나 미디어 관점이 녹아들어 있다 보니 다소 모호하게 비치는 부분들도 꽤 있다. 아무튼 저자에 따르면 화폐와 결제에는 커뮤니케이션과 소셜미디어 속성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리워드나 수수료에 대한 앵글이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포인트를 잘 챙기는 편이 아닌지라, 포인트 잘 챙기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가끔 나만 손해 보는 것 아닌가를 넘어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포인트가 조삼모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100원인데, 110원에 팔고 10원을 포인트로 주는 것 말이다.
책을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수수료를 반영하면 상인의 부담 비용이 올라갈 수 밖에 없으므로 일부 상인과 고객은 리워드 신용카드가 상품 가격을 올리고 결국 고객이 자신의 리워드 프로그램 비용과 다른 고객의 리워드 프로그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워드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고객이 리워드 신용카드를 쓰는 고객의 리워드 프로그램 비용을 보조하는 셈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2010년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에 따르면 카드를 쓰는 가구는 현금만 쓰는 가구에서 매년 149달러를 지급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현금만 쓰는 사람은 매년 카드를 쓰는 가구에 대해 약 1,133달러를 간접적으로 보조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연구자가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현재의 수수료 체계가 소비자와 상인에게 비효율적이며 특정 소비자나 상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우리가 지불하는 방식은 관계적이고 불평등하다.
저자는 인류학자 빌 모러를 인용해 수수료는 자본주의 경제 원칙과도 충돌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당연하게 비치는 수수료와 리워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자본주의 경제에 다소 어울리지 않은 면이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의 원칙을 따르지도 않는다. 우선 수수료는 기존 시장 논리를 설명할 수 없다. 발급인이 최고 고객을 두고 벌이는 경쟁으로 인해 상인, 매입인, 잠재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이 전부 올라가는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지불카드나 신용카드가 만들어내는 수수료, 그 수수료가 투입되는 리워드 프로그램은 여러 거래 정체성 사이에 적용되는 위계 질서를 수치화한다. 수수료는 특정 사업들이 나머지 사업들보다 큰 비용을 부담하는 시장을 만들어낸다. 빌 모러는 수수료가 자본주의 체제의 수요와 공급 논리에 의해 정해진 가격표라기 보다는 공물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 일상적인 거래가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상인은 돈을 주고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받는 특권을 사고 그 고객들은 리워드 프로그램이라는 형태로 돈을 받는다.
수수료는 결제 서비스 업계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상인은 수수료가 카드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가격 담합 사례라고 주장한다.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 같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카드를 받으려면 상인은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모든 카드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