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지만 모든 한의대 교수가 사이비는 아니다. 유명 과학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는 교수도 있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있는 치료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는 한의사들도 많다. 하지만, 한의대와 한의사 사이에 사이비는 분명 존재하고, 한의대 내에서 그 악명은 자자하다.
더 길어지기 전에 먼저 요약하면
1. 의대를 못가면 못 간거다. 한의대는 대안이 아니다.
2. 한의대 생각도 안하다가 수입이 높아보여서 진학하는 것은 극구 말린다.
3. 한의대에서 현대의학도 배운다. 하지만 깊이가 얕고, 사이비 내용도 배운다.
4. 원래부터 한의대를 가고 싶었다면 이렇게 이상한 부분도 있구나 하고, 원래 생각이 없었다면 다른 과를 가라.
대다수 이과생들은 의대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대 진학에 실패한다. 그래서 공부는 그럭저럭 잘하는데 상위 1%에는 못 드는 학생들이 아쉬워서 대안으로 한의대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의대는 의대의 대안이 아니다. 의대 못 갔으면 못 간거다.
한의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일단 한의대생들이 말하는 것처럼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등 자연과학을 배운다. 그리고, 사이비 내용도 분명히 배운다.(한의대생이나 한의사가 발끈할까봐 미리 말하자면 모든 한의학적 내용을 사이비로 규정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비상식적인 사이비를 말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본인들이 더 잘 알겠지? 남들에게 창피해서 말도 못하는 그 내용을 말한거다ㅎㅎ)
우선 사이비 교수를 규정하자면, ‘비상식적 내용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가르치는 사람들’을 말한다. 아래 예시에서 보듯이 정말 말도 안되는 내용들인데 한의학의 정수인냥 가르치고 심지어 억지로 외워서 시험치게 한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주고 사이비 의식을 심어주는 의료적폐다.
몇 가지 예시를 보자. 아래는 국가인증 의료인 한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가르치는 ‘정규 전공과목’이다.(학문에 통일성이 없어서 사이비 부분이 학교마다 다르다.)
1. 본초학에서 형색기미라는 것을 배운다. 말 그대로 약재의 형태와 색깔과 기와 맛으로 효능을 유추한다는 소리인데, 얼마나 사이비인지 아래 강의록을 보자.
이 약재는 뿌리가 혈관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혈을 제거합니다.
이 약재는 빨간색이죠? 그래서 혈에 작용하여 양혈작용을 합니다.
이 약재는 뿌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갑니다. 그래서 상반신에 영향을 주고, 근육을 풀어줍니다.
등등 사이비 어록은 차고 넘친다. 수업 듣다가 화가 나더라. 그런데 이게 그냥 듣고 넘어가면 속으로 사이비네 하고 넘어갈텐데 시험문제로 나온다ㅎㅎ 저런 식으로 서술하는게 평가방식이다ㅋㅋ 어메이징, 비욘드 익스펙테이션이다.
2. 형상의학이라고 해서 인체의 겉모양새(주로 얼굴과 신체모양)을 가지고 성향을 판단하고 진단에 활용하는 것이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데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이 사람은 얼굴이 역삼각형이라 이런 성격, 형질일 것이다… 상체가 크고 하체가 작아 이런 성질일 것이다… 등 듣고 있으면 혈액형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털털하다는 혈역행별 성격유형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웃긴건 이것도 진지하게 시험문제에 나온다는 사실. 그것도 메디컬 학부의 정규과정으로!
3. 탕을 끓이고 맛을 보는 실습이 있는데, 맛을 보고 효능을 유추한다ㅋㅋ 그리고 강의 시간에 어메이징한 내용도 있었는데, 아이가 부모와 함께 내원했는데 칭얼거리고 말을 잘 안들으면 X탕을 처방해라 라는 팁도 주셨다…ㅋㅋ 이런 내용을 선배에게 사이비라고 말하니깐 진짜 맞는 말이라고 실제로 그 탕증이 그렇다고 하는데 진짜 할 말을 잃었다.
4. 경혈학은 내가 입학 전부터 말이 많던 학문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정규과정에서는 통계에 근거해서 이 혈자리는 ~~한 통계와 논문을 봤을 때 이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배우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냥 고서에서 이렇게 써있으니깐 그냥 외워라. 이게 다다ㅋㅋ 그래서 침 하나로 황달, 탈항 등 별걸 다 치료한다. 그냥 땅바닥에 압정 뿌리고 구르면 만병통치라고 했던 동기의 유머가 생각난다ㅎㅎ 한 마디로 하면 무협지 옮겨놓은 수준이다. 실제로 시험에 어떤 혈자리가 전신의 기를 조절하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라고 나왔는데 답은 배꼽 아래로는 땅의 기운과 통하고, 배꼽 위로는 하늘의 기운과 통해서 ~~ 이렇게 써야한다ㅋㅋ
진짜 사이비 이야기는 차고 넘치는데 이 정도로 줄인다. 하여튼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의료인 양성기관의 정규수업에서 사이비 내용을 가르친다’이다. 한의대생이나 한의사들은 ‘다 그런게 아니다,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연구되고 있다’ 등 쉴드를 칠 것이다. 그런데 ‘메디컬 학부에서 사이비 내용을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러면 또 ‘의대에서도 무조건 과학적인 내용을 배우는게 아니다, 의대도 마찬가지다, 의대도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의대말고 한의대 이야기하는거다. 말 돌리기 하지말자. 하…쓰다보니 이런 곳에서 내 4년을 날린게 화가 난다. 하지만 이미 지난거 별 수 있나ㅜㅜ
그래도 한의대 지망생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직까지 한의사들 수입은 괜찮은 것 같다. 그래서 한의대생 마인드가 ‘X같지만 졸업해서 돈 벌자’가 무수히 많다. 이왕 말 나온김에 한의대생 분석을 해보자. 대략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A. 사이비 추종자
이 유형은 답이 없다. 한의학은 오묘한거야,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어! 등 여러 망언을 던지면서 사이비 옹호를 시전한다. 심지어 학회가서 어떤 한의사가 이 약을 써보니 효과가 좋더라 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그대로 처방을 시도한다…ㅋㅋ 그래서 왜 그걸 믿냐고 물으니, 한의사가 효과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되묻더라. 하하. 의료인으로 인정받는다는게 신기할 따름. 진짜 의료적폐의 조력자이자 공범자들이다.
A-a. 사이비까지는 아니지만 행복한 사람들
직감적으로 이상한 것은 아는데 그냥 공부할게 많구나라고 인식하고 열심히 외우는 사람들이다. 한의학에 조금이라도 적개심을 내비치면 ‘한까’라고 공격한다. 보통 한방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행복해한다.
B. 현실주의자
본과까지 올라와보니 한의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래서 근육학, MPS, 물리치료, 어느정도 효과가 입증된 한약 등 그나마 상식적인 내용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보통 자퇴욕구와 자괴감이 높아지지만 이미 나이가 먹어서, 학자금 대출이 있어서, 수능 다시 볼 용기가 없어서 즉, 현실적인 이유로 한의대에 남아서 사는 사람들이다. 나도 본과 1학년 때 까지 이 부류였다.
B-a. 현실주의자-해리포터
현실주의자들이 X같은 한의대에 지쳐 힘들어 하다가 결국 요양병원 월 500, 개원 월 1000을 해리포터 마냥 마법의 주문처럼 외우면서 정신승리하는 쪽으로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기대수익 말고는 남는게 없는 좀비가 되기도 하니 조심 또 조심을 해야한다ㅎㅎ
B-b. 현실주의자-다단계 사업자들
이 유형도 무섭다. 한의대가 X같은데 막상 졸업하면 괜찮을 것 같고. 그래서 후배들한테 본과되면 나아져, 본2되면 나아져, 본3되면 임상배우니깐 괜찮아, 본4되면 나아져, 한의사되면, 공보의하면, 개원하면, 죽으면 나아져. 다단계 수법이랑 다를게 없다. 이 부류도 사실상 공범자다.
C. 우울증 말기
B와 비슷하게 현실적인 이유로 도망치기는 무서운데 한의대 와서 삶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우울증세가 심하며 다크다크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여기서 자퇴를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청춘을 날려버려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결국 맘접고 눈물을 머금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돈 벌면 다시 나아지기도 한다.
하… 안타깝다. 애초에 한의대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이런 고생을 안했을텐데. 공대나 경영대를 갔으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차라리 의료일원화를 하고 기존 한의사는 재교육 및 재시험을 통해 라이센스를 갱신시키고, 기존 한의대생들은 TO에 맞춰 인근 의대에 편입시키는게 낫다고 본다. 물론 의대생들과 의사들의 반발이 강하겠지만 저런 사이비 교수가 있는 곳에서 의료인을 키우는 것 보다는 낫다고 본다.(좀 더 넓게 국민 건강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이다.) 물론 사이비 퇴치 캠페인을 병행해서 사이비 짓거리를 하면 신고할 수 있게 하고 제재가 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 한의사에서 라이센스 갱신을 못하면 제재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도 물론 단점이 있을 것이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한의사협회가 잘 이야기해야할 부분이다. 관점은 직역별 이익이 아닌, 국민 건강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어야한다.
하여튼 난 자퇴한다. 진짜 한의대 온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비상식적인 내용도 문제인데 제일 큰 문제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다. 의사의 꿈을 꾸고 온 학생에게 무협지 던져주고 다 외우라고 하면 안 미치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그래도 한방대 덕분에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더 해보고, 남에게 비춰주는 겉모양새가 아닌 내 스스로에 대해 알아본 시간이 된 것 같다. 그 외에는 다 날려버렸지만..
박*빈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전한련) 의장이 개인 블로그에 12월 8일 작성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