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해는 저물어 밤이 깊은 시각이었다.
온통 안개에 휩싸인 해동밀교(海東密敎)의 내부는 열을 지어서 서 있는 승려들이 손에 든 횃불 때문에 뿌옇게 밝았다.
– 이우혁, 퇴마록 (1993)
“드래곤이야! 화이트 드래곤이야! 우와, 멋있어!”
– 이영도, 드래곤 라자 (1997)
모두가 홀로 서 있을 때,
처음으로 손을 내민 이가 있어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지막의 누군가는,
아무의 손도 받지 못한 채 손을 내주어야 할 것입니다.
처음 손을 내민 이를 기다리는
나는 마지막 술래.
그의 손을 잡으면 세상은 드디어 원이 되고
천만 년 동안 벌인 놀이가 끝나 집에 갈 시간…….
– 전민희, 세월의 돌 (1999)
무공을 둘로 나누면 정(正)과 사(邪)로 나눌 수 있다.
어느 사이엔가 무공의 원류는 이렇게 둘로 나뉘더니 서로가 피를 피로 씻는 복수와 반목을 거듭해, 서로 왜 싸웠는지 그 시초조차 아리송해졌다.
– 전동조, 묵향 (1999)
종이 울리자, 특별 경호팀 소속의 이창수 요원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종소리는 예배가 끝났다는 신호면서 동시에 이 작은 교회 앞 광장이 곧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 김민영,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팔란티어) (1999)
소년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어리더니 차츰 짙은 웃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오랜 고난과 연마의 시간, 눈물 없이 말할 수 없는 억압과 박해의 세월을 극복하고 마침내 소년은 해낸 것이다.
– 검류혼, 비뢰도 (2000)
심장의 박동에 따라서 부침을 거듭하는 몸.
마치 깊은 물 속에 잠긴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몸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 죽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 홍정훈, 더 로그 (2001)
겨울을 지새는 자여, 그것은 아주 길고 긴,
결코 끝나지 않는 겨울일지도 모른다.
서리와 눈보라를 이기고
바람과 눈물을 견뎌 마침내 찾아올 그 봄은
네 시체 위에 따뜻한 햇살이 되어 내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음을 푸른 칼날처럼 세워
천년의 겨울을 견디도록 대비하라.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 전민희, 룬의 아이들 윈터러 (2001)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2002)
“크아아아아”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의 투명드래곤이 울부짓었다
– 뒤치닥, 투명드래곤 (2002)
낡은 프로-10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라디오 소리가 흘러 나왔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파멸의 날도 훨씬 지난 21세기의 서울, 고풍스러운 찻집에서 바텐더는 낡은 레코드판들을 조심스럽게 걸레로 닦고 있었다.
– 홍정훈, 월야환담 채월야 (2002)
“이야아아아압! 정의의 검을 받아라앗! 이 극악무도하고 오만방자하며 혹세무민하기 짝이 없는 어둠의 마법사여!”
– 김철곤, SKT – Swallow Knights Tales (2003)
‘뭣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되었더라?’
– 윤현승, 하얀 늑대들 (2003)
세 바다가 한 바다가 되고
모든 대지 위에서 산맥들의 질주가 멈춘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꿈의 적서가 남김없이 규정된 시대에
한 남자가 호반에 서 있었다.
–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 (2005)
드라마에서 보여 주는 귀족적이고 우아하며 활기찬 가난!
궁핍하면서도 나보다 먼저 타인을 생각하고, 한 끼의 식사를 나누기 전에도 활짝 핀 미소와 함께하는 가난!
만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현은 그를 죽기 직전까지 때린 뒤에, 한 대 더 때려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 남희성, 달빛조각사 (2007)
어렸을 때 난 문제집을 사면 맨 뒤에 있는 답안지부터 뜯어내야 하는 애였다.
그러지 않으면 문제를 풀다가 조금만 막혀도 답안지를 훔쳐봤다.
풀이과정과 정답. 그 달콤한 유혹을 나는 이기지 못했다.
– 장우산, 탑 매니지먼트 (2015)
어두웠다. 새까만 무중력에서 소년은 웅크린 자세로 부상했다.
가상현실이기에 가능한 광경. 이곳에서는 하루 스물네 시간 동안 1천 4백 40번의 일몰을 볼 수도 있었다.
– 퉁구스카, 납골당의 어린 왕자 (2016)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完」
– 싱숑, 전지적 독자 시점 (2018)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다.
– AngelTear, (TS)그래도 살아간다. (2018)
나는 좆됐음을 예감했다.
– 김갈비뼈, 이세계 검은머리 외국인 (2019)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날 아침이었다.
입학식을 기다리며 교실에 멍하니 앉아 있던 중 갑자기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오직재미, 괴담 동아리 (2020)
산아, 사람에겐 건강이 첫 번째다. 나머지 것들은 건강만 하면 알아서 따라오게 돼있어.
아버지께서 틈만 나면 나를 붙들고 하셨던 말씀이다.
– 미츄리, 이세계 불법체류 사이비 (2020)
나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 목마, 빌어먹을 환생 (2020)
가을비는 차가웠다.
피부에 튕겨 흘러내리는 물방울과 소금기가 찌든 청색의 작업복에 눌러 붙는 한기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않는다.
– 섦게지는꽃, 마녀의 도시 (2021)
“엘프를 성노예로 샀다고? 자네 제정신인가!?”
– 사육실장, 매도당하고 싶은 엘프님 (2021)
ㅡ사각…사각…
– 곰팡이음식, 자해하는 미친 븝미 (2021)
“너 고추 존나 크다.”
– 오곡전도사, 이세계 밀프 헌터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