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초음속여객기로 유명한 콩코드기 1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콩코드기의 정체는 바로 에어프랑스 4590편으로,뉴욕 JFK 공항까지 날아가는 항공편이었다.
탑승자는 109명이었고 기장은 크리스티안 마티,부기장은 쟝 마르코,항공기관사는 지 자르다노였다.
이들모두 에어프랑스의 베테랑 조종사들이었고,마티 기장은 1982년에 세계최초로 대서양을 윈드서핑으로 횡단한 경력이 있는 기인이었다.
4590편은 원래 오후 3시에 이륙하기로 되어있었지만,역추진장치가 고장나 수리하느라 2시간가까이 이륙이 지체되었다.
오후 4시 7분,4590편은 26번 우측 활주로의 이륙허가를 받았고,4시 42분에 드디어 이륙을 시작했다.
그런데,
무심코 관제탑 밖을 바라본 관제사가 이륙중이던 4590편의 뒷부분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놀란 관제사는 즉시 4590편에 화재사실을 알렸고,기수를 들고 막 날아오르던 4590편의 조종사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베테랑답게 곧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4590편 조종사들이 사태를 파악하던중,2번엔진에서 화재경보가 울렸고 이에 항공기관사가 화재스위치를 작동시켰다.
(이 경보는 오류였고,이때 화재스위치를 내린것은 엔진출력을 감소시켜 추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그후 조종사들은 회항을 위해 급히 랜딩기어를 접으려 했으나 화재로 시스템이 고장나서 접히지 않았고,랜딩기어의 공기저항으로 속도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때 엔진출력까지 서서히 내려가며 속도는 갈수록 빨리 줄기 시작했다.
조종사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항공기를 추락시키지 않으려했지만,4590편은 결국 이륙 수십초후에 좌측날개의 1/2번엔진이 모두 정지했다.
오른쪽의 3/4번엔진만으로 버티게된 4590편은 좌우날개의 불균형이 극단적으로 심해지게되었고,그 결과 조종사들의 통제를 무시하고 좌선회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좌선회하기 시작한 직후에는 화재로 좌측날개가 녹아버리며 양력이 줄어들기 시작했고,이때문에 4590편은 더욱더 좌측으로 극심하게 기울었다.
이에 4590편은 속도와 고도를 유지하지 못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4시 44분,4590편은 좌측으로 무려 113도나 기울며 실속상태가 되었고…
이륙 1분쯤후,4590편은 인근의 작은 호텔에 추락했다.
대화재가 발생했고,구조대가 출동했으나 생존자는 없었다.
게다가,호텔 직원 4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무려 113명이 이 사고로 희생된것이다.
이런 대참사에 프랑스 전역은 애도의 분위기가 되었고,많은 사람들이 원인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에서 급히 조사단을 꾸려 사고조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조사단은 사고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다가 화재가 발생했다는 증언을 듣고 활주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조사단은 위의 기역자처럼 생긴 잔해와 부서진 타이어,그리고 연료탱크의 잔해를 발견했다.
타이어와 연료탱크는 콩코드기의 잔해였지만,기역자 잔해는 콩코드기의 잔해가 아니었다.
조사단은 기역자 잔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이 잔해가 어디서왔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단이 기역자 잔해의 실체를 조사하는 사이,활주로를 살펴보던 조사단원이 활주로에 4590편의 연료가 흩뿌려진걸 발견했다.
이것은 이륙중에 4590편의 연료탱크가 파열되엇음을 보여주는 증거였고,조사단은 이 증거와 앞에 나온 타이어/연료탱크 잔해를 근거로 기역자 잔해로 인해 이륙중이던 4590편의 타이어와 연료탱크가 손상당했고 그로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기역자 잔해의 주인만 찾으면 사고원인이 파악될 수 있었다.
컨티네탈 항공 55편
이때,사고당일 26번 우측활주로의 이착륙기록을 조사하던 조사단원이 4590편 이륙직전에 컨티네탈 항공의 DC-10기(55편)가 이륙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곧 조사단은 이 항공기를 조사했고,그결과 활주로의 기역자 잔해가 이 DC-10의 3번엔진에서 떨어져나온 잔해라는것을 확인했다.
사고직전에 이륙한 55편에게서 떨어져나온 잔해를 4590편이 밟아버리는 바람에 타이어가 폭발했고 그 충격으로 연료탱크가 손상당했고,이때 같이 손상된 전선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는바람에 결국 화재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런데,어떻게 작은 조각하나를 밟았다고 이런 대화재가 벌어질수 있는걸까?
조사단은 콩코드기의 설계를 조사하고는 그 이유를 알아내었다.
근원적으로 설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콩코드기는 극초음속기,속도에 모든걸 건 유형이다.
그래서 경량화를 위해 플랩,슬랫등 고양력장치(낮은 속도에서 이륙하는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들을 전부 삭제했고,이때문에 콩코드는 이륙시에 매우 빠르게 이륙해야했다.
그리고 이런 구조때문에 콩코드기는 랜딩기어 타이어가 파열되기라도하면 엄청난 파편이 발생해 기체를 크게 손상시킨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랜딩기어 위에는 연료탱크와 각종 장치들의 전선이 밀집되어있어 타이어 파편으로인한 손상이 더 극대화되었다.
타이어펑크가 죽음으로 직결될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콩코드기는 상용화 직후부터 수십번이나 타이어 파열로 인한 연료 누출,조종계통 일부상실같은 사고들을 꾸준히 친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때의 사고들은 인명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4590편은 불운하게도 하필이면 충격으로 손상된 전선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바람에 대화재가 발생했고 결국 추락해버린 것이었다.
조사단은 2002년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장애물로 인한 4590편의 타이어 파열및 기체손상,콩코드기의 설계결함을 지적했다.
또,조사단은 조종사들이 이륙을 도중에 멈추었거나 사고기의 엔진이 정상작동했더라도 4590편은 추락했을것이라 하며 조종사들은 잘못이 없다고 발표했다.
사고이후 콩코드기는 저인장 타이어를 사용하고 연료탱크쪽에 방탄 케플라를 덧씌우는등 안전성을 개선했지만 911테러로 인한 승객감소,비용문제등으로 인해 결국 2003년 11월 26일까지 콩코드기 전원이 퇴역했다.
2010년,사고당시 콘티네탈항공 55편의 정비사였던 테일러는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2012년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컨티네탈항공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4590편이 추락한곳인 고네세에는 현재 사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설치되어있다.
4590편 사고 희생자 113명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