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개요
2011년 1월 1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욕실에서 임산부 B가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B는 당시 성남시에 소재한 영어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하였으며 같은해 2월, 즉 한달여 뒤에 출산이 예정된 만삭의 임산부였다.
B의 시신은 B의 남편이자 당시 대학병원 소아과 레지던트 4년차인 A가 처음으로 발견하였고 자신의 아내가 욕실에서 사고로 죽었다며 신고했다.
그런데 이후 경찰은 수사결과 남편 A가 아내 B를 살해했다고 체포, 검찰 역시 살인죄로 남편을 기소하기에 이른다.
2. 의문점
– 시신 부검 결과 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이를 남편이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것이라고 보았고 이에 대해 남편 측은 아내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목이 접힌 채 넘어져서 눌려 질식사한 사고사라고 주장했다.
– 아내의 얼굴과 머리에서 크지는 않지만 상처들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를 살해 당시 다툼의 흔적이라고 보았고 남편 측은 이를 사고 당시 넘어질 때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또한 아내의 손톱 밑에서 남편의 DNA가 발견되었는데 경찰은 이를 살해 당시 다툼의 흔적이라고 보았고 남편 측은 이에 대해 스트레스성 피부건조증 때문에 등을 긁어주느라 발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남편의 이마와 팔뚝에는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이 역시 살해 당시 다툼의 흔적이라고 보았고 남편은 이마의 상처는 물 마시러 가다가 부엌 찬장문에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당시 남편은 대학병원 레지던트 4년차로 전문의 시험 및 군복무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게임(세틀러 라는 게임이라고 함)과 판타지 소설(빈소에서도 읽을 정도였다고)에 몰두하여 이를 이유로 아내와의 다툼과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남편을 살인죄로 기소하였고 재판에서 진실을 가리게 된다.
3. 재판
1). 1심(서울서부지방법원) – 유죄(징역 20년)
남편측은 증인으로 캐나다 법의학자를 섭외하기도 하였다. 이상자세질식사 설을 뒷받침해줄 증인으로 해당 분야 권위자를 섭외한 것. 이것 때문에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때의 한국의 법의학 vs 외국의 법의학 구도로 보는 시각들도 있었다.
재판의 쟁점은 이렇다.
① 사망자의 사인은 정말로 손에 의한 목눌림(액사)인가?
② 액사가 맞다면 피고인은 사건 당인 06:41 경 집에서 나가는 게 CCTV로 확인되었는데 사망자는 그 이전에 죽었는가?
재판부의 판단은
– 부검 결과 시신에서 나타난 목부위의 피부 까짐, 목 오른쪽 근육내 출혈, 목주변 피부밑물렁조직층 출혈, 기도점막 출혈, 눈꺼풀 결막의 점모양 출혈은 사인이 액사임을 뒷받침하는 증거이며 뒤통수의 외부상처와 내부출혈, 유방실질출혈, 얼굴의 상처와 멍, 입술점막의 멍, 팔, 다리의 멍 등은 생전에 나타난 반응이므로 이는 누군가와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인측이 주장하는 이상자세질식의 경우는 주로 약물 또는 알콜중독, 실신 등이 선행되는데, 피고인이 주장하는 실신의 원인인 폭식증의 경우는 8년 전에 치료를 받았고 임신 이후 출산에 대비하여 음식섭취를 잘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빈혈증세는 없었으며 호르몬 수치도 임신 때문에 오는 변화에 불과한 점, 사망자의 유산 경험은 이와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부검결과 딱히 질병소견이 없었으며 설령 실신했다면 이런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 사후강직이나 헨스게표(? 직장체온 재고 뭐 하는 거 같은데) 등으로는 오차 및 측정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걸로는 사망추정시간이 안 나오고 다른 간접사실에 의해 사망추정시간을 보자면
사망자의 여러 주변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사망자는 화장을 오랫동안 하는 편인데(눈의 스모키 화장을 공들여서 눈화장만 2~30분동안 하는 것으로 알려짐)
사망자의 핸드폰 알람의 출근준비라는 알람은 05:40.
cctv등을 종합하면 늦어도 07:30경 집에서 나왔으며 집은 서울시 마포구이고 직장인 유치원은 성남시 소재인데 항상 08:00 주변에 도착하였으며 지각과 결근은 전혀 한적이 없는 점,
게다가 사건 당일은 눈이 와서 가는 길이 오래 걸리니 평소보다 서둘렀을 것으로 보면 사망자의 시신이 잠옷을 입고 렌즈도 끼지 않은 채 화장은커녕 씻지도 않은 상태였다는 것은 사망자의 사망 시간이 06:41 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점
– 피고인이 이마의 상처가 찬장에 부딪혀서 난 거라고 주장하는데, 부딪혔다는 찬장 문에서 피고인의 DNA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상처가 한번에 부딪혀서 난 상처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인이 팔의 상처가 두드러기 등으로 간지러워서 피가 나도록 긁어서 생긴 거라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법의학자들의 진술은 팔 상처 주변 피부병변의 흔적이 없으며 상처 역시 여러차례 긁어서 난 상처라기보다는 한 차례의 강한 자극에 의해 생긴, 긁혔다기보다는 패인 상처이며, 엘리베이터 CCTV에서 팔의 상처를 들여다본 것에 대해 기억이 잘 안나지만 통증 때문에 본 것 같다라고 하는데, 피고인 본인이 시험 볼 때와 보고 나서도 아프지 않았다는 그 상처가 엘리베이터에서 통증이 나타났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려운 점
– 집에서 나간 06:41 경은 평소보다 많이 이른 시간이고, 2차 시험은 실기시험이라 단기간에 성적을 낼 수 있는 시험이 아닌데도 1차 시험 보자마자 아침 일찍 나간 점, 시험을 준비하느라 일찍 나갔다는 게 피고인 본인이 한 시험 끝나는 날이라 스트레스 풀릴 때까지 게임을 했다는 진술과도 안 맞는 점 등을 보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것으로 보이는 점
– 머플러에 휴대전화가 감겨있느라 진동을 못 들었다는데, 감긴 모양을 보면 우연히 감긴 게 아니고 의도적으로 감은 것으로 보이고 점심 시간에 머플러를 꺼내면서 휴대전화를 발견 못한 채 오후에나 연락이 된 것도 말이 안되는 점
– 집에 도착하여 사망자의 사망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사망자의 모습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장모에게 곧바로 전화로 사망사실을 알린 점, 사망자 몸의 상처나 이런 걸 보고도 사고사 이외의 타살이나 이런 의미를 두지 않은 점
– 침대 패드와 사망자가 사망 당시 입은 바지에서 적지 않은 소변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사망 당시 괄약근이 풀리며 소변이 배출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로 보아 범행현장은 욕조가 아닌 침대로 보이는 점
– 피부가 좋았던 피고인의 상태나 주변인의 진술, 관련 의료기록이 없는 등 사망자의 손톱에서 발견된 DNA는 다툼의 흔적으로 보이는 점
– 별다른 범행의 동기는 발견되지 않지만 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정도의 동기는 상당 부분 보이는 점
– CCTV 조사결과나 피고인 본인의 진술 등 제3자의 범행가능성은 거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며 징역 20년을 선고하였다.
양형의 사유로는 출산이 임박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점 및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는 등 비난가능성이 높지만, 계획적으로 살해한 게 아니라 전문의 시험 문제로 예민한 상황에서 다투는 중 우발적으로 살해한 점, 전과 등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은 과하다고 판단해 징역 20년을 선고하였다.
2). 2심(서울고등법원) – 유죄(징역 20년)
1심과 그닥 다르지 않다.
3). 3심(대법원) – 파기환송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상 자세 질식의 주장을 배척하며 공소사실을 인정하려면 단순히 경부압박 질식사의 증상이 있다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액사에서만 특유하게 발생되는 소견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즉 다른 증상들은 질식사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보이는 증상이고 몸의 상처는 사인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으니, 목의 피부까짐과 목 오른쪽 근육과 물렁근육출혈 등에 대해 이것이 사후의 손상이 아니라 생전의 반응인지 등에 대해 의심 수준에 그치지 말고 좀 더 면밀히 심리하라고 한 것이다.
그 외에도 간접적 정황으로 사망추정시간을 본 점, 사망자의 손톱에서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된 것이 아니니 이게 진짜 방어흔인지, 방어흔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확실히 배척할 수 있는지, 피고인의 행적이 수상함을 이유로 유죄의 정황을 본 것 들에 대해 의심의 정도에서 그치지 말고 좀 더 뚜렷하게 보라고 했다.
이를 이유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다.
4).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 유죄(징역 20년)
파기환송심은 심리 결과 파기환송 때의 대법원의 요구에 맞추어 피해자의 목부위 피부 까짐, 오른 턱뼈 주위의 멍과 턱 내부 출혈, 등의 상처가 생전의 반응임을 확인하고 피해자의 정수리 상처, 정수리 근처 내부 출혈, 얼굴에 찢기거나 멍든 다수의 상처는 다툼의 흔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남편 측의 이상자세 질식의 주장을 배척하며 기존의 징역 20년을 유지했다.
이 때 검찰이 양형부당 주장을 했는데, 대법원에 상고한 것은 피고인 측만 상고했기 때문에 환송 전보다 더 높은 형은 줄 수 없다면서 가볍게 깠다.(이를 형사소송법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라고 한다. 검사가 같이 항소를 하지 않은 채 피고인만 항소하면 재판부는 원심보다 형을 높게 줄 수 없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다.)
5). 재상고심(대법원) – 유죄(징역 20년) 확정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