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개요
2001년 2월 4일 전라남도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당시 18세 여고생 A(1983년생)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의 상태는 알몸이었고 목을 조른 흔적이 있었으나 정확한 사인은 익사였다. A의 시신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발견되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 것으로 보였다.
2. 수사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확보했으나 그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수사 역시 난항을 겪었는데 A는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여고생이었다. 그 A가 나주의 강변에서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된 경위부터 파악이 되지 않았다.
원래 2016년 2월에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사안이었으나 DNA라는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되었고, 계속된 조사 끝에 2012년 DNA의 주인, 용의자를 찾아내기에 이른다.
그 용의자는 2003년 11월 강도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던 B(1977년생)이었다. 진범이 드디어 밝혀졌다고 생각했으나, 광주지검은 B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하였다. B가 A와 성관계를 한 것은 맞는데, 합의 하에 한 성관계이며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이후 제3자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B의 주장을 제대로 깰 수 없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당시에는 재수사 여론과 비난여론이 상당히 크게 일어났지만, 결과적으로는(강조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었다고 보인다. 당시에 애매하게 기소해서 재판에서 무죄가 나와 일사부재리가 성립해 버렸다면 나중에 다른 명확한 증거가 나와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저 주장,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이후에 제3자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은 과학이 정면으로 깨부순다.
3. 재수사
2015년 3월 경찰이 검찰의 불기소처분 관련자료를 검토하여 재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후 10월 검찰에 용의자 B를 기소의견으로 재송치했다. 그리고 기존보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왔는데
피해자 A는 사건 전날 11:00경 외출하여 14:30경부터 친구들과 17:00까지 광주시내에서 놀았고 18:00경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러 20:30경 귀가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01:14경 인터넷 사이트에 최종적으로 접속한 뒤 집에서 나갔다.(스카이러브 라는 인터넷 사이트로 채팅을 하고 그런 곳이었다고) 그리고 광주 남구의 한 정육점 앞에서 03:30경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
수사 끝에 2016년 8월 7일, 사건 발생 15년만에 검찰이 B를 A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4. 재판
1심 광주지방법원 2심 광주고등법원 3심 대법원 모두 판결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한번에 본다.
피고인 B는 이렇게 주장한다.
– 피해자를 강간 및 살해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은 있다. 또한 사건 당일 여자친구, 조카와 전남 강진의 외할머니 댁에 방문했다. 범인이 아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 부검 결과 피해자의 시신에서 안면 울혈, 눈꺼풀 결막, 기도 점막의 출혈이 발견되며, 기도와 폐기관지에 포말(물거품)이 발견되었는데, 안면 울혈, 눈꺼풀 결막, 기도 점막의 출혈은 경부 압박 질식사의 증상이며, 포말은 익사의 증상인데 이게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은 피해자가 물속에서 목이 졸린 채 살해당했음을 보여준다는 점
– 피해자 시신의 손목의 생채기는 타인의 공격을 방어하다 생긴 방어흔으로 보이고 양쪽 허벅지에 관찰되는 압박흔과 가슴쪽 찰과상은 옷을 입은 채 피해자 신체에 외력이 가해진 흔적, 우측 서혜부(사타구니)의 찰과상은 피해자의 옷을 벗기는, 벗기지 못하게 하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이라고 보여 이는 강간의 흔적이라고 보이는 점
– 피해자가 사건 전날 휴대전화를 분실하고 22:55경 남자친구와 집전화로 통화 후 이후 새벽 01:14경 인터넷 사이트 ‘스카이러브’에 마지막으로 접속하고 외출한 점, 피고인도 ‘스카이러브’를 통해 여자를 만난 적이 있는 점을 봤을 때 피해자는 ‘스카이러브’ 채팅을 하다 피고인을 만나러 외출했다고 보이는 점
– 사건 당일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정육점과 시신으로 발견된 드들강은 15km 거리이고 2월의 새벽시간에 드들강까지 승용차 이외의 방법으로 이동할 수 없어 보이는 점, 피고인이 당시 마티즈를 소유한 점, 2월의 그 새벽 시간에 실외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이므로 피고인은 승용차로 피해자를 태워 드들강으로 이동한 다음 승용차 안에서 강간하고 즉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 피해자 시신의 질에서 혈액(2차에서 가장 깊은 곳에서 검출)과 점액(1,2차 모두 검출)이 검출되었는데 이 혈액과 점액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군데군데 묻어 있던 점, 감정 결과 점액의 DNA는 피고인의 DNA로 확인되어 이는 피고인의 정액으로 판단되는 점
– 혈액이 피해자의 질 가장 안쪽에서만 검출된 점, 피해자 작성 다이어리에 2000. 11. 30.자에 ‘마법에~’라고 기재된 점, 사건 전날 피해자와 같이 놀았던 증인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당시 생리 중이었다는 것을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진술한 점으로 보아 그 혈액은 생리혈이라고 보이는 점
– 법의학자인 증인 C(이정빈 법의학자로,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에서 검찰이 내세운 3인의 법의학자 중 하나이기도 했고, 국과수에서도 근무했던 법의학계에서 굉장히 권위있는 분)의 실험결과 정액과 혈액이 담긴 물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액과 혈액의 혼합은 굉장히 느리게 진행되고, 그러나 물체가 움직이면 빠르게 섞이는 것을 확인한 점
– 즉 실험결과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시신에서 피해자의 생리혈과 피고인의 정액이 섞이지 않은 채 발견되었다는 것은 피고인의 정액이 피해자의 질에 들어간 뒤 피해자의 몸에 움직임이 멈췄다는 얘긴데, 이 움직임이 멈춘 이유는 사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피해자가 질내사정이 이루어진 직후 사망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 즉, 살인범 = 강간범 인데 그 강간한 질내사정의 정액이 피고인의 정액인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살인범 = 강간범 = 피고인 임이 확인된 것.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직후 드들강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판단되는 점
– 피고인이 주장하는 여자친구, 조카와 강진의 외할머니댁에 방문했다는 행적은 피고인이 기다렸다가 여자친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에서 찍은 사진, 설 명절 대신해서 방문했다는데 여자친구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점 등 맞지 않는 것으로 보아 범행 이후 행적을 조작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강간등 살인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였다.
양형에서는 청소년을 강간하고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긴 채 물속에 시신을 방치, 이후 행적 조작을 시도하였고 이후 수사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다른 재소자와 함께 재판 예행연습까지 한 정황 등 죄질이 불량한 점
16년간의 긴 시간 동안 유족이 받아 온 고통(특히 피해자의 아버지는 이 때문에 2009년경 자살한 상태였다.) 등 사회로부터 반영구적으로 격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이후 판결은 2심, 3심에서 모두 유지,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