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사건 File] 15.서천 카센터 살인사건 (2004)
<취급주의>
이사건은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않은 진행형 사건이므로 취급에 주의할 것.
(곧, 엄밀히 말하면 ‘영구미제사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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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의 경우, 보통 다음과 같은 세가지 요소 정도가 규명되면
대략적인 사건의 경위를 알 수 있다.
첫번째, 피해자의 신변.
두번째, 용의자의 신변.
세번째, 범행동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세번째 요소, 곧 범행동기라고 할 수 있는데 경위가 어찌되었든 간에 사건 발생에는 이렇다할 동기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범행동기가 규명되지 않으면 가장 기초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파악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인데ㅡ 이를테면, 퍼즐을 맞추는데 있어 부수적인데다 잘 아귀도 맞지않는 퍼즐만이 지리멸렬하게 널부러져있는, 경우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퍼즐 자체를 곧잘 끼워맞추는 것은 사람의 기량이겠으나, 단서가 되는 조각이 부족하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퍼즐이 원래 어떠한 그림이었는지,
남겨진 조각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인지,
여남은 궁금증만 심화되어갈 따름이다.
2004년 5월 2일. 충남 서천군의 읍내 상가에서 화재가 일어나
카센터와 주변 상가가 대부분 전소되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상가의 다른 사람은 밤중에 일어난 화재임에도 큰 소란에 잠이깨어 화마를 피할 수 있었으나 전소된 잔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3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체가 발견된 장소는 모두 상가 가장 오른편에 있던 카센터였다.
<농기계 가게 주인 : 장씨(남편) – 정씨(부인), 카센터 가게 주인 : 김씨(남편), 강씨(부인). >
1구는 성인 여성의 시체였고, 나머지 2구는 어린아이의 것이었다.
몽땅 타버려 형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던 탓에,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새벽 2시경에 이른 낚시를 갔었던 카센터 주인 김씨는 시체 3구가 자신의 아내와 쌍둥이 자녀라는 것을 알고 사체 옆에서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농기구 가게의 주인인 장씨는 타죽은 여자의 시체가 자신의 부인(정씨)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와 장씨는 내내 의미없는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사체의 DNA를 조사하기로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쌍둥이 자녀는 김씨의 자녀가 맞았으나, 성인 여자의 시체는 장씨의 아내였던 정씨였음이 드러났다.
대관절 어떻게된 일이란 말인가?
장씨가 사체를 자신의 부인인 정씨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5월 2일(사건당일), 자정이 지난 시간에 농기계 가게의 정씨는 카센터 여주인이었던 강씨에게 급한 전화를 받았다. 정씨는 잠깐 통화를 하더니 급히 옷을 입고 나갈채비를 했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던 아들은 ‘이시간에 어디를 급히 나가느냐’ 고 물었고 정씨는 ‘강씨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가야하는데 같이 가달라고 하더라’ 고 대답했다.
곧 정씨가 문을 나서 상가 가장 끝편에있는 카센터로 향했고 정씨의 아들이 이를 문 바깥까지 배웅했는데, 카센터 앞에는 낯선 방문객 몇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아들은 정씨가 카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후로 돌아오지 않다가 새벽 2시경,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나서 바깥으로 나와보니 카센터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은 기어이 모든 상가를 전소시킨 다음에야 비로소 멎었고,
장씨는 착잡해진 마음으로 다타버린 카센터 근처로 갔더니 ㅡ분명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으로 가야한다던 카센터주인 김씨가 멀쩡히 발을 구르고 있는 것이었다.
터무니없는 일이었지만, DNA검사는 분명 여성의 시체가 카센터 주인 김씨가 아닌 농기계 가게의 주인 장씨의 아내인 ‘정씨’임을 가르켰다.
그렇다면 김씨의 아내 강씨는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그리고 정씨의 아들이 봤던 낯선 방문객 은 누구인가?
의문이 덩어리진 채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강씨의 행방을 찾기위하여 사건현장 일대를 샅샅이 조사한다.
그러던중 서천군 주민 한명에게 제보전화 한통이 도착했다.
내용인 즉슨, 화재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저수지 근처에서 피묻은 여성용 점퍼, 목에 구멍이 뚫려있는 트레이닝 복 상의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카센터 주인 김씨에게 옷을 보인결과, 이 유류품들은 강씨의 옷임이 드러났다.
<현장과 시체발견 장소의 약도>
왜 강씨의 피묻은 옷이 화재현장과 무려 13km나 떨어진 오지에 버려져있던 것일까?
실제 제보를 받고 차로 한참을 이동해야할 만큼 먼 거리였다.
그러나 경찰은 의문을 뒤로하고 또다시 강씨를 찾아야만 했다.
설령 그녀가 살아있든, 이미 죽어있든 간에..
8일 동안의 수색끝에 유류품 발견현장에서 1.5km,
화재현장으로 부터 10km떨어진 하천 교각로 가의 파이프에서 강씨의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체는 예리한 흉기로 목이 관통되어 죽은 상태에서 하천에 버려진 것으로 추측되었고 오랫동안 물에 닿아있던 탓에 사체가 급격히 불어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사건 자체는 이 시점에서 끝이났다.
강씨, 정씨, 김씨의 쌍둥이 자녀 두명. 총 4명의 피해자를 남기고. 그러나 경찰은 남겨진 단서를 토대로 남겨진 의문점을 하나하나 파헤쳐보기로 한다.
의문점 그 첫번째. 화재는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불이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다.
자연적인 발화, 사고, 그리고 의도적 방화.
적어도 강씨의 사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 세가지의 경우가 모두 열려 있었으나 강씨가 흉기에 의해 의도적으로 찔려죽은 것으로 미루어 새벽 2시의 시각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는 방화로 인한 화재로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정적인 증거는 사건 현장에서 사체가 누운 상태에서 타죽었다는 점 이었다.
곤히 자고있던 어린아이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40대 남짓의 성인여성이 화재가 난 상황에서 도망치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어떤 경위로든 의식을 잃은 상태로 쓰러져있었다’ 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범인은 카센터에 들어온 정씨를 어떻게든 의식을 잃게 만들어 눕힌후 불을질러 정씨를 포함한 모든 증거를 없애버리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정씨의 사체에 묻어있던 의류조각에서 등유 성분이 검출되었음이 확인된다.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버클조각>
두번째. 낯선 방문객들
분명 정씨의 아들은 자정 근처에 정씨가 카센터로 향하는 것을 배웅하면서
카센터 앞에서 몇명의 ‘낯선 방문객‘ 이 있었다는 것을 증언했다.
그리고 두시간 후, 강씨는 어디론가 사라져 죽고 정씨는 누운채로 타죽은 것이다.
그사이 어떤 일이 있었든 간에 그 낯선 방문객들 과 사건은 어떤 방식으로든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확실했다.
그러던 와중에, 카센터 사건현장에서 정체불명의 허리띠 버클이 발견된다.
그 버클은 김씨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으며, 버클에는 무궁화와 태극기 문양이 박혀있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정씨의 사체 부근에 떨어져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정씨가 정신을 잃기직전 범인과 실랑이를 벌이다 떨어트렸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때문에 경찰은 인근 유명 버클공장을 중심으로 주문제작 등의 가능성을 두고 이리저리 수소문 하였으나 만든지가 오래되었고 쉽게 보이지 않는 물건이라는 점 때문에 결정적인 단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버클에 있던 무늬가 태극기와 무궁화 문양이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컨대 6.25 동란 참전군인이나 베트남전 참전군인 혹은 주요 공직 공무원들의 기념품일 가능성을 두고 또한 넓게 조사하였으나 한결같이 ‘그런 버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고 답할 뿐이었다.
결국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정씨의 아들인 유씨의 증언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낯선 방문객들을 목격한 것은 유씨 혼자였는데, 이 증거에 힘을 실어준 것은 카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카오디오에서 근무하던 송씨의 증언이었다.
‘불이나기 직전, 누군가 카센터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카센터를 방문했다는 것이 확실시 되는 증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한 의혹. 곧 ‘카센터 주인 김씨가 교통사고가 났다’ 는 것은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는데,
이것은 당최 누가 꾸며낸 거짓말이냐는 것이었다.
전화를 건 강씨가 정씨에게 거짓말을 하였을 수도 있고,
카센터에서 만나는 모종의 이유를 가족에게 숨기기위한 정씨의 거짓말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조사하던 중 인근주민에 의해 강씨가 전화를 한번 ‘잘못 걸었다’는 사실이 들어났다.
서천군의 주민한명이 사건 당일 자정 쯤에 강씨에게 전화를 받아 ‘정씨네 집 아니냐’ 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가 있었다. ‘전화 잘못 걸었다. 끊어라!’
제보자는 목소리가 40대 여성의 목소리였다고 증언했다.
더불어, 잠깐이었지만 주위에서 여러명이 소곤거리는 목소리 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는 낯선 방문객 이 4명정도 되었다는 유씨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사실이었다.
경찰은 낯선 방문객들 중 2명의 얼굴을 유심히 봤었다는 유씨의 증언을 토대로 최면술사를 불러 유씨의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몽타주를 작성, 여러 단서들을 발견하였다.
<유씨의 기억을 토대로 작성한 낯선 방문객들의 몽타주>
유씨가 기억해낸 그들의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 도합 4명이었던 것 같다.
– 두명은 양복과 정장 차림이었다.
– 그중 한명은 40대 여성, 나머지 한명은 50대 남성인데 숱이 적었다.
– 4명중 2명이 작은 말다툼을 하고있었고, 나머지 2명이 이들을 말리고 있었던 것 같다.
경찰은 몽타주를 배부하여 범인의 신변을 수소문하였으나,
9년이 지난 2013년 현재까지 이 낯선 방문객들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세번째. 정체불명의 편지
그러나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가장 궁금하였던 것은 범인의 신변이라기 보다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왜 상가를 모두 태워 어린 아이들까지 죽이고, 강씨를 10km나 떨어진 오지에 버려야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일까? 어떠한 동기로?
강씨의 시체를 하천 옆의 파이프에서 발견하고 난 후,
이러한 궁금증이 심화되어갈 무렵 경찰과 기자에게 정체불명의 편지가 도착했음을 확인한다.
편지는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쓴’ 것이었다. 의도적으로 필체를 숨기려 했다는 것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조금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결론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 이번 사건은 나를 두고 정씨와 강씨가 사랑싸움을 하다 벌어진 일이다
– 시체는 개천에 있다 (사실이었다)
– 죄송하다. (사과를 반복함)
– 불은 농기계 가게주인 정씨가 지른 것이다.
이를 전문가에게 정밀 분석을 의뢰하였더니, 편지를 쓴 사람은 사과를 반복함으로서 이일의 직/간접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며, 때문에 왼손으로 쓰는 치밀함을 보였다는 것.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정씨에게 이 사건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하지만 편지를 쓴 사람이 장난으로 쓴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실제로 편지내용대로 사체가 하천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과, 왼손으로 써서 자신의 정체를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편지를 쓴 사람이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확실시 되었는데 그렇다면 낯선 방문객들 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혹시 편지를 쓴 이가 바로 낯선 방문객은 아닐까?
결국 많은 의문점만을 남기고 수사는 종료되었는데
사건으로부터 7년이 지난 2011년, 충남 경찰청은 장기미제사건 전담반을 만들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다시금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제보문의
서천경찰서 : 041 – 957 –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