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사건 File] 14.오창 맨홀 변사사건 (2010)
<취급주의>
이사건은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않은 진행형 사건이므로 취급에 주의할 것.
(곧, 엄밀히 말하면 ‘영구미제사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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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인간에게만 발생하는 행동양식이다.
이때 말하는 자살自殺이란 타의로 죽지아니한 모든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에 의해 의도되어 이루어진 죽음을 말하는 것이겠다.
당장에 실족사를 자살이라 일컫지는 아니하지 않은가?
이러한 관점으로 보건대, 사람이 변사체變死體로 발견된 경우ㅡ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자살인지, 타살인지의 여부인 것이다.
이에따라 곧 시체의 행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부검실인지, 혹은 화장터인지.
판단의 경위는 매우 간단하다.
첫번째, 사체에 타살의 흔적이 없는가?
두번째, 사체 주위에 타살의 흔적이 없는가?
세번째, 주변 정황상 타살일 가능성이 없는가?
이 세가지의 조건이 갖춰진다면, 일반적으로 현장에서는 ‘자살’로 잠정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터무니없게도,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에도 자살로 단정지을 수 없는 경우 또한 있다.
[타살의 증거가 없으나, 자살이 불가능한 경우].
2010년 2월 7일. 오후 4시 40분 경. 충북 청원군 오창읍.
평소 뒷산을 즐겨찾던 등산객 송씨(59)는 평소 다니던길로 산행을 하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물체를 발견했다.
가까이가서 보니 그것은 흔히 야외 피크닉에 사용되는 돗자리였다.
돗자리 위에는 돌 몇개가 올려져 이를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하고 있었다.
송씨는 다짜고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돗자리가 올려져 있는 부분은 항상 지나가던 길인 까닭에 생각하건대
빗물을 모아놓는 맨홀이 있었던 곳이었다.
곧, 송씨는 돌을 치워내고 돗자리를 걷었다.
이내 송씨의 상에 맺히게 된 것은 남자 하나가 맨홀뚜껑에 매달린 노끈가닥에 목이매인채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 처참하고도 오싹한 광경이었다.
교수형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목이 매달려 죽은 변사체가 달려 올라왔다.
사체의 두손은 허리 뒷짐을 진 상태에서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목을 맨 노끈은 맨홀 뚜껑에 묶여있었다.
별다른 흉기도 없이죽은, 목매달아 죽은사체였고,
언뜻 보기에는 자살인 것 같았다.
그러나 경찰들은 이윽고 깨닫게 된다.
‘자기손을 묶은 상태로 자살이 가능한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였다.
거기다 맨홀 뚜껑 위에는 돗자리와 돌까지 올려져있었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먼저, 맨홀 뚜껑위에 돗자리와 돌을 놓아두고, 그대로 뚜껑을 연다.
두번째, 미리 매듭지어놓은 케이블 선을 들고 맨홀 안으로 들어가 뚜껑을 닫는다.
세번째, 발받침대 위에 올라가 맨홀뚜껑에 노끈을 묶어 목에 살짝 매고
네번째, 손을 뒤로하여 들고 들어온 케이블 선을 조여 고정한다음
마지막으로 발 받침대에서 발을 떼면 최모씨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단순히 자살이 목적이라면 이와같이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었고
실제 사망시간을 추측컨대 ‘자살’ 이 이루어지는 시간대는 해가진지 오래인 밤이어야 했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런 상황에서 위의 일련의 과정을 실수없이 ‘완벽하게’ 재현해낼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즉시 사체의 신변확인에 착수했다.
사체 자체에는 별다른 위해가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변 조회는 금방 이루어질 수 있었다.
피해자는 인근 청주에 거주하는 최모씨(41)였다,
최모씨는 토목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었는데,
최모씨는 이미 지난 4일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가족들은 실종신고 당시 최모씨가 ‘돈과 관련해 어딘가에 감금된 것 같다’ 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당 형사가 인사발령으로 자리에 없다는 것을 핑계삼아 사건 수사를 미루었고,
ㅡ 이는 결과적으로 마지막 기회를 놓친셈이 되었다.
<최모씨는 이미 사체발견 3일전인 4일,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가족들의 증언은 다음과 같았다.
최모씨는 3일 아침 9시 경, 급히 옷을 입으며 가족들에게 ‘밀린 공사 대금을 받아오겠다’ 는 말을 남기고 지갑도 놔둔채 바로 집을 나섰다.
그것이 가족이 본 마지막 살아있던 최모씨의 모습이었고, 연락또한 이후 완전히 두절되었다.
경찰은 곧 근방 고속도로 CCTV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최모씨가 집을 나선후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최모씨는 안산으로 향한다고 말했으며, 이를 위해 자가용을 타고 나간 것을 토대로 안산으로 향하는 CCTV를 모두 뒤진끝에 간간히 찍힌 최모씨의 차량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CCTV에 발견된 최모씨의 차량 모습을 바탕으로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최모씨의 차가 안산으로 향하다 갑자기 서안성 고속국도로 빠져 U턴을 한 것이다.
그대로 직진만 하면 안산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더더욱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이후 오창으로 향했던 차량의 행보였다.
10여분 동안, 같은 CCTV에서 최씨의 차가 두번이나 포착되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차가..
이 장면이 포착된 시간이 곧 2월 3일, 오전 11시 14분이었다.
그 고속도로 근처 10여분 거리에 최씨가 관련된 공장이 위치해있었으나,
알아본 결과 최씨가 들르진 않았다고 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것은 곧, 사잇길을 돌아 다시 길을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길을, 동일한 방향으로 가는 장면이 두번 포착된것으로 미루어
경찰은 그 옆의 사잇길을 최씨가 지나왔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나 그 사잇길을 지나오는 것은 3분이면 충분한 일이었는데,
10분 간격으로 최씨의 차량이 포착된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최씨가 차를 몰고 사잇길로 빠져 ‘무슨일인지 모르겠지만’ 5분 이상 정차하였다가 다시 고속국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시각이후, 휴대폰의 전원이 강제로 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휴대폰은 사체발견장소 근처를 조사하다 박살이난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최씨의 차량은 오창 도심의 길가에 버려진채로 발견되었다.
차량안에서는 별다른 흔적이나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실종당일이었던 3일, 오후 8시 30분 경에 정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차량이 정차된 장소 부근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진행한 끝에
ㅡ최씨의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다.
최씨의 마지막 모습을 포착한 것은 편의점의 CCTV였다.
이 편의점은 차량이 마지막으로 주차된 오창 도심으로부터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최씨는 의문의 차량에서 내려 편의점에 들어온뒤, 담배를 사서 나갔는데
이때의 시간이 오후 11시 15분 경이었다.
그러나 최씨의 행동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창밖의 차량을 계속적으로 주시하는 모양새였고
그 차량이 신호를 보내듯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자 다소 동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리고 너무나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최씨의 구두와 안경이 바뀌어있었다>
CCTV 속에 나오는 사람은 여러 각도로 확인해봐도 최씨가 분명했으나, 그가 신고있던 신발과 안경은 당일 착용하고 나갔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던 최씨의 신발은 구두로 바뀌어 있었고, 안경은 그가 쓰던 뿔테안경이 아닌 다른 안경으로 바뀌어있었다.
최씨가 다니던 단골 안경점에 가서 확인해보았지만 편의점에서 포착된 최씨가 쓰고있던 안경은 취급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최씨는 담배를 사서는 바로 편의점을 나섰고, 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후 행적은 알 방법이 없으며,
2월 7일, 맨홀에서 변사체가 되어서 발견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지 정확히 2년이 지난
2013년 2월 6일 현재까지도 범인은 커녕 용의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있다
[기타 자료]
#1. 최씨
수사초기 보험금을 노린 의도된 자살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었지만 자살에 의한 보험금보다는 차량 사고에 의한 보험금이 더 많았으므로 상식적인 수지타산에 맞지않을 뿐만아니라 최씨는 토목업계에 잔뼈가 굵었던 사람으로서 공사비로 선수금을 20억 까지도 받는 나름대로의 거부였다. 단, 아내가 사건발생 몇일전 큰소리로 통화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2. 오창
당시 최씨가 일하던 충북 진천 – 오창 부근지역은 선수촌 입지와 관련하여 일대 건축 붐이 일어나 수천억 규모의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전래없는 호황을 맞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