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미제사건 File] 12.천안 여고생 실종사건 (2004)
<취급주의>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사건으로, 여전히 유효한 사건임을 알아두고
신중히 취급하길 바람. (즉, 엄밀하게 ‘영구永久’ 미제사건은 아니라는 것)
사람은 모든 동물들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동물이지만,
또한 더불어 가장 비합리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요컨대, 도망갈 수 없는 새끼를 품은 상태에서 포식자에게 포착되었을 때
새끼를 버리고 혼자라도 재빨리 도망갈 수 있는 본능적인 합리合理를 감히 저지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모든 동물 중에 유일히 이성을 지닌 동물이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감성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도저히 회복을 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99%의 절망보다는 1% 남짓의 희망을 믿고자 하는ㅡ
이른바 극악極惡의 확률에 몸과 마음을 던지는, 최악의 결정을 하고야 만다.
..요컨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그러한 것이다.
2004년 10월 9일. 충청남도 천안시 복자여자고등학교.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박수진 양(16)은 학교에서 하는
토요 특별활동으로 백일장을 하고 있었다.
4교시가 끝나고 (당시 토요 수업은 4교시까지였다), 박수진 양의 담임이었던 유모씨는
‘즐거운 주말 보내라’고 종례 인사를 한뒤, 12시 20분 경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해산 직후 박수진양은 담임선생님을 쫒아가
‘내 백일장 원고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고 말했고,
담임 유모씨는 ‘그럼 적어서 다시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수진 양은 원고를 다시 들고오지 않았고,
그것이 담임 유모씨가 본 수진양의 마지막 뒷모습이었다.
곧 오후 12시 30분 경, 교문을 나서는 모습이 인근 주민에게 목격되었고
2시에는 골목길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3시에는 다시 학교 교문앞 서점에서 목격되었으며
곧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교정안의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서 앉아있다
경비원과 대화후 학교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밤 10시 경, 학교와 700m 가량 떨어진 천안 종합 버스터미널에서 목격되기도 했으나
이동경로를 알 방법이 없었다.
박양은 평소 소심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부모님에게 아무 이유없이 늦게 들어오는 일이 없었고,
당일이 토요일이었던 까닭에 빨리 집에 귀가해야 하는 것에 불구하고
딸이 돌아오지 않자, 부모님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이를 실종사건으로 판단, 수사에 착수했다.
…
일반적으로, 실종 사건의 경우
실종 뒤 12시간이 지나면 실종자의 생존확률은 50%이고,
24시간이 지나면 20% 이하이며
48시간이 경과한 뒤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가정한다.
다음날. 10월 10일.
전날부터 수사를 계속하던 경찰에게 비보아닌 비보가 전달되었다.
오후 8시경, 복자여고 인근에 위치한 성정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던 정모씨가
복자여고 교복, 셔츠, 가방, 구두, 휴대폰, 브래지어, 속옷, 양말, 머리핀, 가방, 안경, 휴대폰 등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유류품이 발견된 성정동은 유흥업소가 즐비한 사창가였다.
이 유류품들이 박양의 것으로 확인된다면,
필연적으로 박양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여야 했다.
옷가지들은 발견당시 골목길 한켠에 차례대로 놓여 있었으며
셔츠는 물세탁을 하고 짠 것마냥 바닥에 놓여 있었고
브래지어를 비롯한 속옷에는 흙과 오물이 묻어있었다.
그리고 일부 유류품은 맨홀뚜껑 위에 나란히 놓여있었다.
인근 감나무 아래에는 누가 놓아두었는지 모를 감 5개가
마치 차례상에 올리는듯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감식결과, 유류품은 모두 박양의 것임이 확인되었다.
<피해자 박양의 실종 전단지>
경찰은 속옷까지 모두 벗겨져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성폭행의 가능성을 두고 인근 야산과 불량배들을 중심으로 조사하였으나 성과가 없었고,
실종후 한달여가 지난 11월 6일에는 KBS가 실종 방송을 내보내면서
사건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도 하였으나 허위제보만이 잇따랐다.
그러나, 11월 15일. 경기도 안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씨(48)로 부터
“40대 남자가 박양을 닮은 10대 소녀를 데리고 세탁소에 찾아온 적이 있다” 는 제보를 받고
곧장 수사에 착수하였으며 제보받은 40대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이 남자는 대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8월 출소한 윤모씨(42)였고
곧 경찰은 윤모씨의 신변을 확인하여 심층조사에 착수하였다.
윤모씨는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윤모씨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고, 같이 있었던 10대 소녀 또한 목격일 당시 들렀던 안성의 은행 CCTV로 확인한 결과 박양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11월 18일 윤모씨는 증거불충분과 더불어 사건에 관계가 없음을 확인받고 귀가조치되었다.
수사는 점점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고, 곧 경찰은 전담반을 해체하였으며 전화신고로만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박양의 행방을 알 수 없다.
<기타 자료>
#1. 박양
이름 : 박수진 (실종당시 17세. 생존시 현재 26세)
신장 : 157cm
인상착의 : 알 수 없음 (옷가지가 모두 벗겨져 버려짐)
안경착용.
곱슬머리.
인중과 왼쪽 무릎에 흉터.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나 일상생활은 왼손사용.
#2. 박양의 학교생활
박양은 소심한 성격으로 학교에서도 말수가 적은 편이었음. 성적은 반 내 10위 권으로 준수하였으나 실종이전 치른 6월 모의고사에서 반 최하위권으로 떨어져 담임과 면담을 한적이 있음.
#3. 두정동 성폭행 미수사건.
박양 실종으로부터 약 보름 전, 같은 천안시 두정동에서 당시 고3이었던 김모양이 늦은 밤 귀가하다 갑자기 나타난 괴한으로부터 둔기로 얻어맞고 성폭행을 당할뻔 하였으나 괴한은 인기척에 놀라 도주하였으며 김모양은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과다출혈로 빈사의 상태에 있었으나 봉합수술을 받고 2시간만에 깨어나 간신히 목숨을 건졌던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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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추리 (팩트가 아님에 주의할 것)
[1] 집단 따돌림의 가능성
– 박양은 소심한 성격으로 학교생활 중에도 말수가 적었고 이 때문에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함.
종례 이후에도 본래 혼자 귀가하는 탓에 같은 학생들의 목격이 없었고 선생님에게 이름만 쓰고 갖다주기로 했던 백일장 원고조차 가져다주지 않음. 유류품에 백일장 원고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이는 도중에 소실되었으며 선생님께 다시 방문하지 않고 학교 주위를 맴돌은 것은 같은 학교 학생이나 지인과의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가능함.
또한 준수하던 성적조차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은 학업에 문제가 생기는 외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것이지만 가정 생활은 화목한 편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학교와 집만을 오가던 박양의 생활을 미루어 생각하면 도리어 학교생활에 심각한 트러블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음. 더불어 같은 학급친구들의 증언이 부족한 것 또한 의심이 가는 부분임.
[2] 인신매매단 개입 가능성
– 인근 지역을 모두 탐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방은 커녕 시신마저 발견할 수 없었으며 CCTV에도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주변 지리정황을 잘 알고있는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이 있음. 옷이 모두 벗겨져 버려져있는 것은 (위치 추적이 가능한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유류품) 박양의 신체 신변만을 확보하였다는 것이며, 이는 인신매매단이 개입하였다는 추측이 가능함.
[3] 계획적 괴한의 범행
– 사건발생 보름여 전에도 괴한에 의한 성폭행 미수사건이 있었고, 실제 박양의 브래지어와 팬티에 흙과 오물이 유난히 묻어있었다는 점으로부터 성폭행의 흔적 또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같은 범인의 소행으로 추측할 수도 있음. 그러나 CCTV나 인근 주민에 의해 자세한 범행이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발적인 범행이라기 보다는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치밀하게 잡은 상태에서 범행이 이루어졌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