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통화체계에 변화가 나타나는 시점이 있습니다.
1)경제발전 속도를 현재의 통화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할때, 2)통화의 물리적 한계점에 다다를때
새로운 화폐시스템이 등장하여 잔뜩 배가 나온 인류경제의 허리띠를 풀어주곤 했습니다.
지난번엔 금속화폐가 등장하여 국제무역은 더욱 활발하여졌고
인류의 경제를 급속도로 팽창할 수 있게 해주었죠.
하지만 인류 경제의 규모가 다시금 커져가면서 금속화폐에도 한계점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무게입니다. 금은 물보다 19배 무겁습니다.
금화와 은화는 저울질하고 품질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며
시간의 문제는 해결하였지만 무게로 인한 운반의 문제는 완벽히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릴적 오락실을 가보신 분이라면 호주머니에 동전 잔뜩 넣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동전이야 오락실 가서 게임 몇판하면 되는 돈이지만
교역이 증가할수록 거래에 필요한 금화의 개수와 무게 또한 늘어나겠죠.
이는 상인들에게 너무나 큰 불편함이었습니다.
두번째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금속화폐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히 마모되기 마련입니다.
위 은화가 최초발행시에는 10g이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이것이 유통과정 속에서 마모되어 무게가 8g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동일한 은화이지만 이 두 은화의 가치는 같을까요?
명목가치와 실질가치의 거리가 커진다면 시장에는 결국 마모된 은화만 유통됩니다.
좋은 은화는 집에 몰래 숨겨두구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죠.
게다가 언제부턴가 자연스럽지 않은 마모도 되네요?
시간이 흐르면서 장난질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포로 금속화폐를 훼손시켜 그 부스러기를 모아 팔거나 금속화폐를 위조하는, 돈복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볼 수 있는 톱니바퀴 모양의 동전 테두리입니다.
이러한 위조방지기술의 발전이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본위제가 확산되는 밑거름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는 다음편에 다루는 것으로하고 본론으로 돌아가보죠.
금속화폐의 문제는 무게,마모로 끝나지 않습니다.
500년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 잔머리 굴리는 건 똑같습니다.
동전 갈지말랬더니 이번엔 녹여버립니다.
금화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재료인 금값이 오른다면 어떨까요?
금화를 녹여 금으로 만들면, 또 돈복사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과 은을 분실과 마모의 위험 없이, 무게와 부피의 걱정없이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고 경제의 팽창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인류는 두가지 질문으로 불편함을 해결합니다.
16세기 중엽,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페루,멕시코,볼리비아에서 대규모 은광이 발견됩니다.
1540년대 모든 은을 스페인으로 가져오게 되면서
당시 스페인에서는 ‘은 빼고 모든게 비싸다.’ 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막대한 양의 금과 은이 유입됩니다.
16세기 후반, 스페인은 전세계 금과 은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되죠.
스페인의 은화는 전유럽으로 퍼져나가며
이제 사람들은 화폐의 도난과 마모에 대한 예방책을 찾게되는데..
화폐를 직접 들고다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은화를 세공업자들에게 맡겨두고 보관증을 발급받아 필요할 때만 찾아 쓰는 것이죠.
이것이 오늘날 지폐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1661년 스웨덴,
은행에서 예치금의 형태로 금을 보관해주고 이를 보증하는 증서를 발급하였습니다.
유럽 최초의 은행권을 발행한 것이죠.
언제든 원할 때면 해당 증서를 다시 금으로 교환해주었습니다.
이것이 ‘금태환’ 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느순간 이런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냥 금화나 은화 대신 보증서로도 거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시장에는 무거운 금화,은화 대신 은행권이 돌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지폐형태의 거래가 시작 된 것이죠.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람들이 은행권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하니 은행권을 들고 직접 금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은행권을 받고 물건을 팔아도, 어차피 나 역시 은행권으로 다시 물건을 살 것이기 때문이죠.
‘진짜로 찾아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실제 금보다 더 많은 은행권을 찍어도 되지 않을까..?’
여기서 인류경제에 빅뱅이 일어납니다.
바로 신용과 대출의 시작이죠.
이전까지는 금화는 가진 금만큼, 은화는 가진 은만큼 이러한 실물경제의 시대였지만,
은행권의 탄생으로 인류 경제에는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금본위제라는 황금십자가가 인류에게 부귀와 번영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1971년 이전 미국화폐에는
‘IN GOLD COIN’ 이라는 글자가 세겨져 있었습니다.
말그대로 ‘골드코인’입니다. 이 지폐를 은행에 가져가면 금과 바꿔준다는 뜻이죠.
1971년 닉슨쇼크 이전까지 금태환은 계속 이어져왔습니다.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요.
다음시간에는
은과 금에서 금이 살아남게 된 금본위제의 확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4편)은에서 금으로
ps. 스웨덴 은행권이 최초의 지폐는 아닙니다.
10세기 중국 쓰촨성에서 ‘교자’ 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당시 송나라의 화폐인 ‘철전’을 교자포에 맡기고 이에 대한 보증서를 화폐로 사용하였습니다.
은행권과 똑같죠. 단, 600년 앞서있다는 것만 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