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금본위제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신 분들이 계셔서
조금 더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죠.
일단 2편으로는 도저히 못 끝낼거같네요.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류는 불편함을 겪고 이를 해결하면서 더욱 발전해갑니다.
리모컨도 티비 채널 돌리기 귀찮아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죠.
본론으로 돌아가서
최초의 화폐는 무엇일까요?
인류는 농업혁명 이후로 정착생활을 시작하게되며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한 ‘잉여 생산물’ 이란 것을 얻게 됩니다.
이를 통해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게 되죠.
하지만 물물교환은 [서로가 서로의 물건을 원할때] 에만 교환이 성립된다는 굉장히 큰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원하는, 누구나 필요로하는, 누구에게나 가치가 있는] 물건이 화폐의 역할을 하게됩니다.
보리, 쌀, 밀 등
바로 곡식입니다.
이 밖에도 구슬, 천, 고동 같은 것들이 화폐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으나
대표적으로 곡식은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였죠.
하지만 누구나 필요로하는 곡식 또한 결국 단점이 있습니다.
곡식은 유통기한이 있으며 쥐새끼들과 나의 자산을 공유하게 되죠.
차지하는 부피도 크기에 운반하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역시 물물교환이었기 때문에
인구와 생산량 증가에 따른 경제 팽창의 규모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실질적인 화폐는 [1.부피가 작아 운반하기 편리하고 2.언제나 가치가 안정적이며 3.유통기한이 없는]
즉, 화폐의 용도로서 완벽한 무언가를? 사람들이 신뢰하기 시작했을때 생겨났을 것입니다.
금과 은이 될 수 있겠습니다. 두 귀금속의 등장으로 인류의 경제는 한번더 팽창하게됩니다.
하지만 재련되지 않은 금과 은은 무게도 품질도 제 각각이었고 거래할때 매번 저울질하는 것은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죠.
귀금속에 불순물을 섞어 사기도 칠 수 있었구요.
인류는 한번더 불편함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넘어설 때 발전을 하는 것이지요.
귀금속의 모양,크기,무게가 표준화된다면? 그리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이 가치를 보증한다면 어떨까요?
기원전 6세기, 저울로 귀금속의 중량을 따질 필요도 없고 왕이 그 가치를 증명하는 작은 금 조각.
인류 최초의 주화. 리디아 금화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아는 화폐의 개념과 훨씬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금속화폐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금화가 본위화폐가 되는 금화본위제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실 금과 은을 포함한 복본위제에 더 가까움.)
부피도 작고 품질도 보증되었으며 거래할 때는 금화의 개수만 세면되니 그 자체로 혁명이었습니다.
거래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이전엔 할 수 없던 큰 규모의 거래도 행해지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실생활에는 필요도 없는 금속조각 하나로 또 다시 인류의 경제는 팽창하게 됩니다.
이후 그리스 아테네가 이 주화시스템을 도입하게되며
인류 최초의 기축통화 ‘드라크마 은화’가 탄생하게되었죠.
지중해의 중심에 위치한 아테네는 이 혁신적인 화폐시스템과 해상무역을 앞세워 지중해 상권을 장악하게됩니다.
게다가 기원전 483년, 유럽 최대규모의 라우리온 은광까지 발견하였습니다.
은화가 기축통화인데 은광을 발견하였으니 불붙은 아테네의 경제에 기름을 부은 것이죠.
아테네는 주변국의 부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신전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은행업]이 발달하며
이로서 ‘돈이 최고다’ 라는 인식이 아테네에 심어지게되죠.
반대로 드라크마의 패권에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기원전 431년에서 404년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이어진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상업으로 엄청난 번영을 누리던 나라인데 스파르타와의 전쟁으로 상업은 위축된 것에 반해,
막대한 전쟁비용은 세금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아테네로선 돈은 필요한데 은이 다 떨어져가니 참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아니, 두개의 꼼수를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 은화의 크기를 줄이고
둘째, 은화에 구리,동과 같은 다른 금속을 섞는 것입니다.
동일한 은으로 더 많은 은화를 유통시킬 수 있었죠.
그러나 지속되는 전쟁으로 더 작은 은화, 더 많은 불순물로 드라크마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점점 사라지게됩니다.
이로인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되는데 아테네의 금융시장은 빠르게 붕괴하였으며
드라크마는 볼일보고 엉덩이도 닦을 수 없는 말 그대로 고철이 되었습니다.
아테네의 용병들은 고철은 받지 않는다며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하였고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전쟁은 결국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이납니다.
기축통화와 함께 최고의 번영을 누리던 아테네 몰락과
추후에 로마에서도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되며 금화본위제도 역시 서서히 막을 내리게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