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불곰사업과 러시아제 잠수함 도입사업을 알아보자
사실 한국군은 자체 무기 개발을 하거나(K2 대전차, 소총, 미사일) 아니면 미국 무기를 사오는것을 선호하는 편인데(F35, 호크아이) 특이하게도 국군은 러시아제 무기를 제법 굴리고있다. 러시아제 무기는 중국이나 인도에서 많이 사용하는 편이며(북한은 돈이 없어서 박물관에 있어야 할게 굴러다니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가 중에는 러시아제 무기가 많은 편이 아닌데 이런 조합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소련이 망하던 90년대초에 노태우 정부의 한국은 소련(러시아)에 경협자금으로 30억달러 (약 3조원) 차관을 주기로 하였었고 (그 중 14억 7000만달러 지출) 소련이 붕괴되며 채무 이행을 해야하는 러시아가 현물인 탱크인 T-80, 장갑차 BMP-3, 공기부양정, 메티스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이글라 휴대용 대공미사일, KA-32 헬기 등 무기로 채무 변제를 제의한 건이 바로 불곰사업이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이후 모라토리엄 선언(채무불이행)으로 굉장히 어려울 때였다.
그래서 1995년부터 T-80U 탱크와 BMP-3 장갑차가 33대씩, 메티스 대전차 미사일, 이글라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이 한국에 들어온다. 최초로 적 장비로 구성된 한국 기갑부대가 창설된다.
이게 불곰 1차 사업으로 무기 대금 100%를 대소 차관과 상계한 사업이다.
그런데 불곰사업과 전혀 다른 한국의 ‘중형 잠수함 도입 사업’이란 게 있었다
바로 1990년대 중반 YS 정부에서 추진한 3000t 급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도입 사업이었다.
원래 한국 해군은 80-90년대에 독일의 잠수함 건조사인 HDW와 계약하여 1200t 정도인 209급 잠수함 1번함 장보고함을 독일의 키일에서 건조, 인수하였고 후속함들은 거제의 대우 조선에서 짓고 있었다.
잠수함을 처음 운용하는 나라인 한국은 독일에게 배울 것이 많았으나 사실 독일은 잠수함 관련 기술 및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굉장히 인색했다. 몇 십년간 자국 승조원들의 죽음을 통해 만들어진 잠수함 관련 모든 노하우는 돈을 준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2차세계대전때 독일을 생각해보면 된다)
YS 정부의 청와대와 안기부는 독일의 이런 태도에 불만이 많았고 잠수함 관련 정보 및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곳으로 소련 해체 후 경제적으로 힘들던 러시아를 파고들게 된다
막후의 노력으로 러시아는 한국과 잠수함 기술을 나눌 수 있다는 의사가 전달하였고 러시아 측의 ok 사인을 받은 한국은 해군 최고위층을 러시아에 파견, 러시아 측의 확실한 의견을 입수한다
시리아의 IS에 대한 러시아 킬로급 잠수함 ‘로스토프 나 도누’호의 잠대지 미사일 ‘클럽(칼리브르)’ 수중 발사 모습
‘러시아는 킬로급 잠수함인 877EKM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636M을 한국에 1척 판매/2척 한국 내 건조할 것이며 한국 측이 원할 시 잠대지 크루즈 미사일인 ‘Klub’을 번들로 제공하겠다’
잠대지 크루즈 미사일은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여겼던 한국 해군에겐 귀가 솔깃했던 조건이었다
물론 아직 전문가 팀들에 의한 실사 평가가 남아있었지만 이 정도면 한국에겐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의 총리 프리마코프가 1박2일로 한국을 방문, 정권을 이어받은 DJ를 만나고 간다.
이건 한국이 킬로급 잠수함을 사야한다는 것에 쐐기를 박는 러시아의 액션이었다
+ 러시아는 킬로 잠수함을 사면 한중일의 해도를 같이 주겠다고 한다. 수상함용이 아닌 잠수함용 해저지도라면 한국 해군으로는 로또나 마찬가지였으며 잠대지 미사일을 탑제한 한국 잠수함이 도쿄만/상하이항 앞에 잠복하고 있을수나 다른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국 해군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해도국(제정시대 부터 있는 오래된 해도 제작기관)에 가봤더니 한국군이 사용하는 디지털해도가아닌 종이해도 밖에 없었고 해저지도는 커녕 수상작전용으로 쓰기 어려운 대축적 해도밖에 없었다. 사실상 뻥이라는 소리이다.
이후 1990년대 말 여러차례 해군,국방과학연구소 (ADD), 방위사업청, 국방부 등 관련 기관들의 합동 조사평가단이 러시아의 킬로급 잠수함 운용부대, 조선소, 후방군수지원업체 등등을 다니며 평가 작업을 한다
문서화 되지는 않았지만 킬로급 잠수함 3척과 후속군수지원 까지 10억달러 (1조원)라는 금액이 계속 언급되었고 이 금액은 한러 모두 수긍할만한 금액이었다. 이 중 50%는 한국이 현금으로 지불하고 50%는 경협차관으로 상계하는 것 까지 추진되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의 입장은 청와대와 달랐다.
현재 진행중인 독일제 209형 잠수함 예산은 단 한 푼도 전용 할 수 없고 국방부가 킬로급 잠수함 예산을 신규 편성해야 해군은 킬로급 잠수함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끝까지 고집한다.
즉 지금 진행되는 209형 예산을 줄여서 킬로급으로 돌리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신규 예산을 편성하면 킬로급 구매에 동의하겠다는 것 이었다.
한가지 추가하자면 잠수함 구매는 독일 말고는 사실상 구매처가 없었는데, 미국은 핵잠수함만 운용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굴릴 수가 없었다.
*해군 실사단이 킬로급을 보고 충격을 먹었는데, 소련 기술이 생각보다 낙후되었으며, 인명경시사상에 충실한 내부설계를 보고 두번 충격먹었다고 한다. 이거 타면 장병들 다죽는다고
YS의 확약과 프리마코프 총리 방한 시 DJ의 약속에도 결국 한국 해군의 반대로 킬로급 잠수함 구매가 무산되자 러시아는 주러 한국 외교관을 추방하고 한국도 주한 러시아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한국 외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러 관계가 차갑게 식은 2000년대 노무현은 러시아를 달래기 위해 2차 불곰사업을 실시, 한국은 킬로급 잠수함과 같은 가격인 10억달러 (1조원)을 주고 러시아는 그 돈에 상환해야 하는 돈 100%를 더해 T-80, BMP-3, 공기부양정 ‘무레나’, 메티스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등을 판매하는 계약을 하게 된다. 이게 바로 불곰 2차 사업이다.
즉 100원 짜리 무기를 50원은 한국에게 상환해야하는 차관으로 상계하고 한국은 50원을 내고 가져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국제 무기 시장에서의 가격이란 건 정찰제가 아니며 누가 어떤 입장에서 무기를 사느냐에 따라 무기 가격은 천차만별임. 원가는 여기서 따질 것 도 아니다. 한국은 50원짜리 무기를 100원이라고 하는 러시아에게 알면서도 50원을 주고 무기를 사온 꼴이 되었다
결국 러시아는 제 값을 다 받고 무기를 팔았으며 한국은 세금으로 러시아 빚 다 받았다고 국민들에게 생색낸 사업이 바로 ‘2차 불곰사업’ 이다.
어떻게 보면 서로 윈윈인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러시아만 좋은일을 해준 것이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냉전이후로 감당하지도 못하고 쓸모도 없는 군대 규모를 계속해서 줄였으며 병력감축에 따라 운용하는 무기를 버릴 처지였는데 우리가 돈주고 사온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소련은 생각보다 기술력이 없었고 일례로 공군이 인도 받은 까모프를 군운용기종으로 성능으로 맞추려고하니 개조해야할 부분이 수백가지였으며, 크리티컬한 부분은 제작사가 자기들은 못하겠다고하고 도망을 쳤다. 심지어 헬기 정비를 위해서 러시아에 문의를 하니 공식입장이 ‘우리는 모른다’였다. 결국 정비병만 좆뺑이 쳤다고